전체 사업장 중 대구·경북·울산 비중 30%···자체사업도 집중
분양 경기 둔화 어두워···실적 감소에 신용도 하락 가능성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형 건설사를 피해 지방에서 주택사업을 확대해 온 아이에스동서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분양 경기 둔화에 따른 지방 미분양 리스크가 확대로 실적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다. 아이에스동서는 진행 중이거나 예정인 자체사업장의 상당수가 미분양이 심각한 대구·울산·경북 등에 집중돼 있다. 분양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부담이 가중됨은 물론 신용도 하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는 건설사 중 잠재 분양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업장 중 위험지역 비중이 30%가 넘는다. 금융권에선 주택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가 맞물려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는 대구·경북·전남·울산을 ‘위험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4개 지역은 현재 분양경기가 이미 저하됐고, 주택 수급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저조한 분양 경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이들 위험지역에선 거래절벽에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 미분양 주택이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대구와 경북의 미분양 주택은 각각 6718가구, 4823가구다. 이는 전체 미분양 물량(3만1284가구)의 37%를 차지하는 규모다. 전남은 2585가구로 전국에서 경기(3319가구)에 이어 네 번째로 미분양 물량이 많았다. 울산은 미분양 주택이 지난해 말 397가구에서 올 7월 788가구로 두 배 가까이 늘며 미분양 증가세가 뚜렷한 지역이다. 올해 2분기 울산 민간 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3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분양경기 저하가 건설사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단순 도급일 경우 분양실적이 저조하면 수분양자로부터 분양대금 유입이 감소하고 공사비 회수가 지연된다. 이는 현금흐름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조한 분양 경기가 장기화될 경우 미분양 해소 및 입주 촉진을 위한 할인분양 등으로 사업 전반의 기대수익이 감소한다”며 “이어 최종적으로 분양대금 유입 규모가 총사업비에 미달할 경우 관련 영업자산에 대한 대손을 인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아이에스동서는 자체사업 비중이 큰 편인데 이마저도 대구·울산·경북에 집중돼 있다. 그동안 대형 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브랜드 인지도 탓에 재건축·재개발 등의 정비사업 수주에 한계가 있어 자체사업 비중을 늘려왔다. 1분기 기준 건설부분에서 자체사업은 전체의 71%를 차지한다. 자체사업은 부지 매입부터 분양, 시공 등을 모두 맡아 진행하는 만큼 마진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분양률이 저조할 경우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토지비, 공사비를 포함한 전체 사업비 회수가 지연되며, 매출채권, 재고자산, 대여금 등 운전자본 증가로 현금흐름 저하와 더불어 유동성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이미 준공후 미분양 물건을 떠안은 상태다. 아이에스동서가 울산에서 자체사업으로 공급한 ‘울산 뉴시티 에릴린의뜰 2차’(967가구)은 지난해 말 1순위 청약에서 250여가구가 미달됐다.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인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음 달엔 울산 야음동에서 ‘울산 호수공원 에일린의뜰’(520가구)을 분양할 계획이다. 경북 경산 중산지구에서도 자체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자금조달과 직결된 신용등급이 하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신용평가에선 분양 경기가 하락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큰 만큼 상대적으로 분양 위험이 크고 경기 대응력이 낮은 중견 건설사들이 신용도 하방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봤다. 한국신용평가 심상수 수석애널리스트는 “주택 매매가 약세와 분양가 상승으로 하반기 이후 분양 경기 하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분양 위험이 큰 건설사를 중심으로 분양 실적 저하가 관찰되는 현장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에스동서 등 BBB등급 중견 건설사를 중심으로 자체사업 진행 상황이나 재무부담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며 “분양 잔금을 받은 이후인 2023년 하반기부터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영업실적과 재무안전성의 영업 악화가 심화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