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억원 전환우선주 발행···올해 총 6250억 자본확충
회복되지 않는 자본건전성···새 제도 도입돼도 부담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한화손해보험이 최근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자본확충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국이 보험사의 사정을 고려해 제도 개선을 해줬는데도 여전히 낮은 자본건전성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한화생명의 자산·부채 만기 구조로는 새 회계제도 아래 금리가 내려도 자본건전성 문제를 겪을 수 있어 자본확충 부담이 더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최근 주당 5000원(액면가)으로 3800만주의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총 19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조달했다. 신주는 모기업인 한화생명이 전액 인수하는 제3자배정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 6월 기준 한화생명은 한화손보의 전체 지분 중 약 51.36%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손보가 증자에 나선 이유는 여전히 낮은 자본건전성 때문이다.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수준을 측정하는 지급여력비율(RBC)를 보면, 한화손보의 올해 6월 말 135.86%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여전히 넘기지 못했다. 한화손보는 올해 시중금리가 치솟으면서 3월 말 RBC가 122.85%로 작년 말 대비 54%포인트 크게 하락한 후 상반기 내내 150%를 밑돌았다.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 채권의 평가손실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한화손보의 RBC는 금융당국이 어려움에 빠진 보험사들을 구제해주기 위해 관련 규정을 일부 개정해줬는데도 회복이 안됐다. 당국은 보험사들의 부채적정성평가(LAT) 잉여액의 40%를 자기자본에 포함시켜주기로 했다. 덕분에 다른 보험사들은 RBC가 150%를 넘겼지만 한화손보는 그렇지 못했다.
한화손보는 올해 내내 자본확충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지난 3월 2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5월에는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1500억원의 자본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지난 14일 8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추가로 발행했다. 이번 유상증자까지 고려하면 올해 총 6250억원의 자본확충을 한 셈이다. 이달 진행된 증자와 신종자본증권를 합하면 한화손보의 RBC는 6월 말 기준으로 약 154%가 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가까스로 150%를 넘기는 것이다.
자본확충 과정도 순탄치 못했다. 14일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수요예측 당시 투자수요가 10억원만 모이는데 그쳤다. 사실상 전액 매각이 되지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총액인수를 해 자본확충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화손보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드러난 점은 기업 이미지에 좋을 것이 없다는 평가다.
모기업인 한화생명의 부담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번 증자 외에도 지난 5월 한화손보가 발행한 1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도 한화생명이 전액 인수했다. 올해 총 3400억원의 자금을 자회사인 한화손보에 내려 보낸 것이다. 한화생명의 올해 6월 말 현금성자산이 5140억원(개별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액수를 한화손보로 투입했다는 관측이다.
더불어 이번 증자에서 신주를 기준가보다 높은 가격에 발행(할증발행)한 점도 한화생명의 부담을 키웠단 지적이다. 한화손보는 새로 발행하는 전환우선주의 기준가를 4229원으로 정했다. 이미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한화손보의 보통주의 과거 1개월, 1주일 등의 가격을 참고했다. 여기에 할증률을 18.2%를 적용해 5000원으로 정했다. 한화생명이 시장에서 4300원 내외에서 사들일 수 있는 주식을 700원 넘게 더 주고 사들인 것이다.
한화손보는 당분간 자본확충을 계속 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에 도입될 새 회계제도(IFRS17)과 새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아래서도 자본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화손보는 올해 6월 말 듀레이션 갭이 마이너스(-)3.39로 금리 민감도가 크게 올라간 상황이다. 새 제도가 도입된 후 시중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부채가 크게 불어날 수 있다. 새 제도 아래선 채권 재분류로 자본건전성을 개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유상증자 할 당시 주식시장에선 한화손보의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있어 이를 고려해 기준가보다 높은 액면가 5000원에 발행했다"라면서 "자본건전성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