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배달앱 시장, 적자 지속에 쿠팡이츠 매각설까지
11월 네이버, 배달 진출 가능성···배달앱 3사 소비자 뺏길 가능성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배달앱 시장의 구도가 재편될 움직임이 보인다. 최근 불거진 쿠팡이츠 매각설에 이어 국내 1위 포털사업자인 네이버까지 배달 시장에 뛰어들 것을 예고하면서다. 고물가와 배달앱의 과도한 수수료 등으로 소비자들이 포장주문으로 시선을 옮겨간 상황에서 네이버는 치열한 배달앱 벽을 뚫고 1위를 쟁탈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몸집을 키워온 배달앱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간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는 과도한 수수료, 단건배달 경쟁, 포장 수수료 부과 문제 등을 놓고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샀다. 이 과정에서 신한은행이 배달앱 ‘땡겨요’로 소비자 끌어모으기에 나섰고, 네이버까지 배달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네이버, 배달 시장 메기로 등장?
현재 배달앱 3사는 시장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57.7%로 가장 많고, 요기요(24.7%), 쿠팡이츠(17.5%)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여기에 신한은행이 별도 앱 설치 없이 신한은행 앱 신한쏠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요를 높였고, 서비스 지역도 수도권과 지방 주요 도시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는 올해 말 ‘N배달’이라는 이름으로 배달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기존 네이버가 제공하던 네이버 예약 및 주문 서비스 등에 배달 서비스를 연동해 사업을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현재로서 네이버 배달 서비스는 오는 11월 출시가 유력하다.
배달앱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배달시장 진출은 예견된 수순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서 네이버는 2019년 9월 ‘스마트 주문’이라는 이름으로 비대면 주문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후 네이버는 소비자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 맛집을 쉽고 빠르게 알려주고 주문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 식사와 카페 등 카테고리 탭, 가격정보 등을 세부적으로 만들어 소비자 편의성을 끌어올렸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특별한 준비 없이도 당장 배달 서비스에 진출할 수 있다”며 “네이버의 자본력, 가입자 수, 서비스 경험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면 진출과 동시에 모든 배달앱을 위협할 수 있는 강자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자들, 배달앱 3사 이탈 가능성은?
문제는 네이버가 배달앱 시장 진출한 이후다. 현재 업계는 네이버가 배달중개업에 직접 진출하기 보다는 기존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확장해 간접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배달앱 관계자는 “이미 네이버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터라 배달에 본격 뛰어든다기 보다는 기존 서비스를 확장하는 개념”이라며 “땡겨요처럼 네이버가 입점사에게 정산체계를 빨리하거나 파이낸스를 강화하면 네이버로 이탈할 점주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네이버는 자사 강점인 포털 검색→주문→결제→네이버페이 결제 시 혜택 제공까지 구축한 상태라 배달앱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네이버는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아 업체 점주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다.
소비자들도 이미 배달앱 결제시 네이버페이를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가 배달앱 주문시 네이버페이 혜택을 더한다면 소비자들의 배달앱 이탈 가능성은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배달앱 3사는 코로나19 특수를 누릴 시점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몸집을 키웠던 터라 수익성 악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배달의민족 매출은 2조88억원으로 전년 대비 94.3%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757억원으로 전년(112억원) 대비 85%나 줄었다. 쿠팡이츠는 별도 매출과 영업이익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최근 쿠팡이 쿠팡이츠를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또 내년부터는 배달앱들이 포장 주문에 따른 할인 혜택도 없앨 가능성이 크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포장 주문 서비스 도입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중개수수료를 받은 적이 없고, ‘수수료 0원’ 프로모션 기간을 연장해왔다. 다만 배달앱들이 적자폭이 커지자 포장수수료를 유료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이커머스에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추가한 것처럼 네이버도 못할 이유는 없다”며 “네이버는 검색, 이커머스, 배달앱까지 가져가며 유통 1위 포지션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데 이커머스는 쿠팡이 앞서고 있고 배달앱은 이미 과열된 시장이라 배달로 성공 가능성은 있지만 지켜봐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미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라며 “네이버가 결제시스템, 페이, 포인트 등을 어떻게 활용해 자사 서비스로 유도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