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보험 가입한 기존 고객 재유치 목적
한화생명, 연 4% '내맘 쏙 저축보험2209 무배당' 출시
향후 금리 하락 시 손실 발생할 수도···2차역마진 우려
"당분간 저축보험 금리 인상 전망···회사별 판매물량 조절 중요"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생보사 저축보험 상품(19일 기준)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한국은행 금리인상 움직임에 생보업계가 연 4% 이상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보험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최근 4대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대임을 감안하면 목돈을 마련하고 싶을 시 저축보험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해 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생보사 입장에서 그 이상의 운용자산이익이 나와야 하는데 너무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 향후 금리 상황에 따라 이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리가 인상되면서 저축보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생명보험사들의 이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고객 유입에 집중하며 저축보험 상품 차별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저축보험은 매월 일정금액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만기 때 총 납부액과 이자가 더해진 환급금을 받는 상품을 말한다. 목돈 마련을 위한 정기·예적금과 유사하지만 사망보장이 제공되는 특징이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높은 수수료 규제를 받고 있으며 10년 이상 유지 시 보험차익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장점도 있다.

최근 한화생명은 '한화생명 내맘 쏙 저축보험2209 무배당' 상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5년 만기에 1000만원 이상 일시납 저축보험으로 연 4%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방카슈랑스(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상품 판매)로만 가입이 가능하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채권 등 우량 투자처가 확보된 상황"이라며 "10년 전 판매한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이라 자금 유치를 위해 판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 4%대 고금리 저축보험 출시는 한화생명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푸본현대생명은 지난달 확정이율 4%를 제공하는 'MAX 저축보험 스페셜 무배상' 상품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해당 상품도 5년 만기에 1000만원 이상 일시납이 조건이다.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판매를 개시한 지 3일 만에 5000억원이 완판됐다.

두 보험사를 제외한 나머지 생명보험사들도 연 3%대 확정금리형 저축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연 3.6%의 '무배당 일시납 저축보험'을 선보였고 삼성생명은 연복리 3.5%의 확정금리형 '무배당 에이스저축보험'을 지난달 초 출시한 바 있다. 연금보험의 경우 메트라이프생명이 최근 확정금리형 '무배당 The Best Choice연금보험'을 출시했다.

생보사 관계자는 "현재 기준금리가 고점에 와 있다는 의견이 많아 현재 금리 수준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며 저축성보험을 찾는 고객들을 위해 출시했다"며 "고금리 상황에서 금리확정형 상품에 가입한 경우 해지율도 낮게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험 가입자에게 4% 이상의 확정이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운용자산이익을 내야 하는데 향후 금리가 다시 하락하게 되면 2차역마진으로 보험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차 역마진이란 고객에게 약속했던 이자보다 보험사의 운용수익률이 낮아 보험사가 손해를 보는 경우를 의미한다.

자칫 보험사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리인상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만일 경제 둔화 우려에 따라 금리가 다시 하락세도 돌아서게 될 경우 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운용수익률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많이 올라서 보험사들이 내년에도 4%대를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4% 금리를 10년 동안 제공한다면 향후 2차 역마진이 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축보험은 내년부터 도입될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하에서도 보험사에 불리하게 작용된다. 저축보험료는 만기 시 모두 환급되는 만큼 회계상 모두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부채가 증가하면서 보험사의 수익도 줄어들고 가해질 재무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지난 몇 년간 보험사들은 저축보험 판매를 줄이고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려왔다.

이처럼 저축보험 상품은 투자 운용 자금을 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만 시장 금리에 따라 운용 수익이 변동되는 구조이기에 생보사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로 인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보사들이 금리 경쟁을 해가며 저축보험 판매를 늘리는 배경에는 지난 2013년 세제개편안이 진행되기 전 저축보험에 가입한 기존 고객들을 재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판매됐던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올해 만기보험금 규모는 약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저축보험 금리도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사별로 판매물량 조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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