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올 상반기 외화차입 평균잔액 41조4952억원
지난해 말 대비 31.9% 증가
환율 급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의 달러 수요 늘어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4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외화차입 평균잔액이 4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향후에도 외화차입 규모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외화차입금 평균잔액은 총 41조4952억원으로 지난해 말(31조4509억원) 대비 31.9% 증가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지난해 말 10조813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16조8206억원으로 55.5% 급증하며 외화차입금이 가장 많았다. 뒤이어 우리은행이 지난해 말 6조8060억원에서 35.6% 증가한 9조2307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8조600억원, 7조3839억원 순이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의 외화차입 규모가 늘어난 데에는 기업들의 외화 대출 수요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해외에서 거래하는 기업들의 달러 수요가 늘었고 은행들은 이에 맞춰 외화를 공급하기 위해 외화차입을 늘렸다.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한국의 비금융기업(기업) 대외채무 합계는 1491억1070만달러(약 207조71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38억6860만달러 늘어난 규모이며 역대 최대치다. 대외채무란 기업이 갚아야 하는 달러·유로화를 비롯한 외화 빚을 의미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외화차입 여건 점검을 주문한 바 있다.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연이어 최고점을 경신하는 등 환율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을 감안해 국내은행 등 금융회사의 외화차입 여건을 면밀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은행권은 외화차입 규모가 확대됐지만 환율 리스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화차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원화가 아닌 외화로 운용되는 만큼 환율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시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화차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원화가 아닌 외화로 운용되기 때문에 환율이 개입하지는 않는다”며 “또한 외화차입 증가는 대부분 대기업을 중심으로 달러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인데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보다 우량한 신용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늘어난 외화차입금이 고환율과 맞물려 은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고환율 기조가 심화되고 있어 향후 외화차입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환율 상승으로 기업들이 환위험에 노출될 경우 그 여파가 은행에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390원대 후반에서 오르내리며 1400원에 육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외화 대출의 이자 비용과 원금 상환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진다“며 ”환율 상승으로 인해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들의 부실화가 은행의 신용위험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