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3나노 공정으로 애플 제품 생산 예정···8월 역대 최대 매출
삼성전자, 3나노 고객사에서 열세···경계현 사장 “내용적 1등 모색”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TSMC가 안정적인 3나노미터(nm) 수율을 앞세워 다수의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3나노 선제 양산에 나선 삼성전자 추격을 따돌렸다. 애플, 엔비디아, AMD 등 대형 고객사들이 TSMC에 3나노 제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TSMC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지난달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면서 3분기에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 1위에 오를 전망이다.
16일 일본 경제매체인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TSMC는 내년 하반기 3나노 업그레이드 버전인 N3E 공정으로 애플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A17 바이오닉’을 양산할 예정이다. 애플의 맥북용 차세대 반도체인 ‘M3’ 칩도 TSMC 3나노 공정으로 생산된다. 3나노 제품 양산은 이달 중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3나노 초기 버전인 N3 공정에서 N3E, N3P, N3S, N3N 등으로 기술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내년 N3E 공정에 이어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이 개선되는 N3P와 N3X를 각각 2024년과 2025년에 선보인단 게 TSMC 기술 로드맵이다. 2025년에는 2나노 제품 양산을 목표로 제시했다.
TSMC는 지난달 중국 난징에서 열린 ‘2022 세계반도체 대회’에서 3나노 제품 수율이 80%를 넘어섰다고 발표하는 등 기술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도체 회사가 대외비인 공정 수율을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다. TSMC는 3나노 기술이 5나노 대비 속도가 최대 15% 빠르고, 전력 효율은 30% 높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반도체업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한 3나노 제품 양산에 돌입했지만, 확보한 고객사는 TSMC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의 3나노 첫 거래선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국 팹리스 업체 판세미인 반면 TSMC는 애플, 엔비디아, AMD, 미디어텍 등의 물량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TSMC는 인플레이션으로 반도체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 월간 매출을 기록 중이다. 지난 8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7% 증가한 2181억3200만대만달러(약 9조6900억원)로 7월(1867억6300만대만달러)에 이어 2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요 부진으로 파운드리 가동률은 하락 추세지만, TSMC는 상승세다.
이에 따라 TSMC는 3분기에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기업에 등극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TSMC의 3분기 매출 전망치가 202억달러(약 28조1000억원)로 삼성전자(183억달러)와 인텔(150억달러)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전자와 인텔을 제치고 매출 1위를 차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에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1위에 오르겠단 포부를 밝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단 지적이다. 지난 1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3.6%로 1위, 삼성전자가 16.3%로 2위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탄탄한 파운드리 시장과 달리 메모리 업황은 약세여서 삼성전자가 매출 1위를 뺏긴 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삼성전자로서는 3나노 양산 시점이 빨랐다는 것보다는 미세공정 기술력을 증명해 고객사를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사의 파운드리 업력이나 투자 규모를 비교해보면 삼성전자는 TSMC에 열세일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차분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지난 7일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파운드리에서) 어떻게 1등을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 선단 노드(트랜지스터 선폭)로 이기거나, 경쟁사의 주요 고객들을 삼성전자가 가져와서 이기는 방법이 있다”며 “전체 매출에서 1등이 아니라 내용적인 1등을 달성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