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청소년 유해 영상물 노출 우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계 숙원인 ‘콘텐츠 자율등급제’가 내년 시행될 예정이지만, 일부 토종 OTT의 기술적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정 프로필별 성인 콘텐츠 차단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차단되는 성인 콘텐츠의 기준이 불분명해 가입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6일 국회 및 OTT업계에 따르면 여야는 OTT 사업자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콘텐츠의 등급을 자체적으로 분류할 수 있게 하는 콘텐츠 자율등급제(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를 지난 7일 통과시켰다.
이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자체등급 분류 사업자로 지정받은 OTT 사업자는 온라인 비디오물의 등급을 자율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간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 사업자들은 OTT 산업 발달로 온라인 영상물의 공급과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영등위 사전심의를 받는 탓에 자율등급제를 시행 중인 글로벌 OTT에 비해 콘텐츠 공급 속도와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주장해왔다.
◇ 계정별 콘텐츠 차단 설정 불가
자율등급제가 국회를 통과해 내년 4월 시행을 앞두게 되면서, OTT업계는 콘텐츠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가운데 자녀를 둔 토종 OTT 이용자들 사이에선 청소년에 대한 유해 영상물 노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계정 프로필별 성인 콘텐츠 차단 설정이 불가능해 계정 이용이 불편하단 지적도 잇따른다.
웨이브 이용자들은 자녀보호 설정 탭으로 성인 콘텐츠 차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 프로필에서 차단 설정을 하거나 해제하면 다른 프로필도 연동되는 방식이다. 웨이브는 유해 콘텐츠를 자동 차단하는 ‘키즈 프로필’도 제공하지 않아 이용자 입장에서 사실상 모든 프로필에서 성인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노출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와 왓챠 등이 키즈 프로필을 제공하는 것과 대비된다.
아울러 웨이브의 성인 콘텐츠 분류 기준이 불분명하단 점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온다. 현재 웨이브는 성인 콘텐츠 중 자체 기준에 따라 ‘노골적인 성인 콘텐츠’에 해당할 경우에만 차단 기능을 제공한다. 음란물이 아닌 폭력성 등을 이유로 ‘일반적인 성인 콘텐츠’로 분류될 경우엔 자녀보호 설정 기능을 활성화하더라도 노출된다.
한 웨이브 구독자는 “아이들이 있어서 TV에서 사용할 프로필은 자녀보호 설정으로 성인 콘텐츠를 숨김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3개의 프로필은 휴대폰 및 노트북에서 사용하고 성인 콘텐츠 잠금으로 설정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아무 프로필이나 자녀보호 설정값을 변경하면 나머지 모든 프로필도 동일하게 변경된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이어 “또 (자녀보호 설정으로) 성인 콘텐츠가 숨김으로 돼 있어도 19금 콘텐츠 섬네일이 보이는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성인 콘텐츠를 구분하는 기준이 ‘노골적인 성인 콘텐츠’와 ‘일반적인 성인 콘텐츠’ 등 2개던데,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 프로필별 자녀보호 설정 기능 개발중
웨이브는 프로필별 자녀보호 설정 기능은 개발 중이며, 성인 콘텐츠 분류는 자체적으로 엄격히 진행하고 있단 입장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현재 계정은 전체에 성인인증을 관장하는 게 맞다. 다만 프로필별 적용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착수한 상황”이라며 “다른 OTT와 적용 시기가 조금 달랐을 뿐이다. 올해 완료하는 게 목표였는데, 일정이 다소 밀렸다.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완전 성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콘텐츠는 노골적인 성인 콘텐츠로 분류한다. 이같은 영상물이 아닌데 폭력성 등을 이유로 19금 분류되는 것들도 있다. 그런 콘텐츠는 일반 성인 콘텐츠로 분류하고 있다”면서도 “영등위 심의를 받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도 19금 콘텐츠에 대한 등급분류 기준을 높게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국회에서도 자율등급제 시행에 앞서 청소년들의 유해 콘텐츠 노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국내 OTT 시장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급성장한 가운데 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며 “특히 마약, 폭력, 음주 등 청소년 유해 영상물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OTT 자체등급분류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청소년들의 유해 콘텐츠 노출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