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계약자 잡기 위해 고가 경품 이벤트
“과거 부동산 침체기마다 등장···경쟁 더욱 치열할 듯”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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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청약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친 가운데 건설사들이 미분양 해소를 위해 안간힘을 힘을 쓰고 있다. 중견·대형사 가릴 것 없이 계약자를 잡기 위해 수입 외제차부터 명품 핸드백, 골드바 등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과거 부동산 경기가 위축될 때마다 경품 이벤트가 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양시장도 본격적인 침체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 자이 SK VIEW’ 청약자에게 벤츠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청약 기간 내에 접수를 한 뒤 이벤트를 응모하면 1등 당첨자에게 벤츠 1대를 제공한다. 앞서 KCC건설은 지난달 분양한 경기 하남시 ‘미사 아넬로 스위첸’을 공급하며 계약자 중 1명을 추첨해 BMW 미니쿠퍼를 제공했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 들어서는 ‘동탄 푸르지오 시티 웍스’에선 견본주택 방문자를 대상으로 벤츠 승용차와 고급 와인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증정했다.

명품 핸드백이나 골드바를 주는 곳도 등장했다. 경북 칠곡군 ‘칠곡 왜관 월드메르디앙웰리지’는 루이비통 핸드백을, 여수 ‘더로제아델리움 해양공원’은 샤넬 핸드백을 경품으로 내세웠다. SM그룹 계열사인 SM동아건설산업은 경북 칠곡군에서 분양 중인 '우방 아이유쉘 유라밸'의 청약자를 대상으로 골드바를 증정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청약 당첨자 발표는 15일이며 25일에 이벤트 당첨자를 발표한다. 라인건설은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 조성 중인 '천안아산역 이지더원' 오피스텔 계약자에게 현금 100만원 또는 스타일러를 지급한다.

분양 시장에서 경품 마케팅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부동산 침체기에도 건설사들은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갖가지 경품을 내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대 초엔 해외여행과 학원비를 지원하거나 계약자 전원에게 고급 승용자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동산 침체 골이 깊었던 2004년엔 서초구 한 분양 단지에서 분양가를 보장하는 ‘원금보장’이 등장했다. 당시 시공사는 입주 뒤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을 경우에는 차액을 보전해주거나 아파트를 다시 사주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양시장에서 고가의 경품은 침체 국면이 극심할 때 주로 나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분양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셈이다”며 “과거에도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자들이 계약자들에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경품을 제공하거나 비슷한 금액을 분양가에서 빼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최근 금리 인상에 이은 거래 절벽과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청약 경쟁률은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9.65 대 1에 그쳤다. 지난해 19.32 대 1을 기록했던 청약경쟁률이 한자릿수로 밀린 것이다. 특히 수도권과 서울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각각 11.06 대 1, 26.06 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각각 30.4 대 1, 163.84 대 1을 기록했던 것은 고려하면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청약가점도 낮아지는 추세다. 수도권 청약 최저 가점 평균은 지난달 12.76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13점)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떨어졌다.

업계에선 건자재값 상승 등으로 건설사들이 분양을 연기한 물량이 이달부터 지속적으로 풀리는 만큼 미분양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경품 마케팅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분양가는 과거 시세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수요자 입장에선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분양 물량이 대거 풀리면 미분양이 대거 나올 것이다”며 “수요자를 잡기 위한 건설사·시행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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