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종료하는 SSG닷컴, 자사몰로 성과 낼까
’신세계 늪‘···유일한 흑자 G마켓도 적자로 돌아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신세계그룹이 SSG닷컴과 G마켓(옛 이베이코리아) 사업영역 조정을 위해 운영 효율화에 나선다. SSG닷컴은 G마켓과 중복되는 사업인 ‘오픈마켓’을 종료하고 직매입과 그룹사 온라인몰에 주력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액 기준 이커머스 빅3인 SSG닷컴과 G마켓이 아직 뚜렷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적자폭까지 키운 상황이라 이같은 전략이 통할지 관심이 모인다.

15일 SSG닷컴은 지난해 6월부터 운영하던 오픈마켓을 오는 10월 말까지 단계적으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G마켓과의 중복된 사업 영역인 오픈마켓을 최소화하고 각 사의 핵심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워 이커머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SSG닷컴이 오픈마켓 상품을 오는 10월말까지 단계적으로 종료한다. / 사진=SSG닷컴 캡처
SSG닷컴이 오픈마켓 상품을 오는 10월말까지 단계적으로 종료한다. / 사진=SSG닷컴 캡처

그간 직매입을 내세워 운영해온 SSG닷컴은 지난 4월말 오픈마켓을 시범운영해왔다. 오픈마켓은 미국 아마존, 쿠팡 등이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취한 방식 중 하나다. 직매입과 달리 오픈마켓은 취급 상품수가 늘고 광고나 입점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수익성 개선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SSG닷컴의 오픈마켓은 상품수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트래픽 유입이 적었고 이에 따른 시장점유율 확대에 한계가 있어 오픈마켓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어려웠다.

SSG닷컴은 ‘프리미엄 플랫폼’으로서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오픈마켓에서 흑자 경영을 유지한 전력이 있는 G마켓에게 오픈마켓 영역을 넘겨주고, SSG닷컴은 검증된 협력사의 상품을 판매해 브랜드 가치를 키워내는 특화된 온라인 매장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그룹은 기존 SSG닷컴에 G마켓을 인수하면서 거래액 기준 이커머스 3위다. 지난해 말 거래액 기준 이커머스 빅3는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 SSG닷컴+G마켓(20조원)이다. 특히 G마켓은 신세계그룹에 편입되기 전 이커머스 기업 중 유일한 흑자 경영을 이어간 기업으로, 신세계가 SSG닷컴에 거는 기대도 컸다.

다만 오픈마켓 도입에도 SSG닷컴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SSG닷컴 총 거래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그만큼 적자도 늘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해 영업손실 1079억원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62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계획된 적자’를 언급해온 쿠팡이 수익성을 개선한 것과 대조적이다.

SSG닷컴과 G마켓 실적 추이. 지난해 G마켓 실적은 신세계 편입된 후 실적으로, 2021년 4분기분만 반영. / 자료=이마트IR, 표=김은실 디자이너
SSG닷컴과 G마켓 실적 추이. 지난해 G마켓 실적은 신세계 편입된 후 실적으로, 2021년 4분기분만 반영. / 자료=이마트IR, 표=김은실 디자이너

유통업계에서는 SSG닷컴이 오픈마켓을 중단한 배경에는 G마켓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G마켓은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후 올 상반기 첫 376억원의 적자를 냈다. 미국 이베이 본사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G마켓 매출은 1조273억원, 영업이익은 65억6000만원이다. 또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G마켓 시장점유율은 7.9%였다. 이는 신세계에 편입되기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9.2%)보다 1.3%p 줄어든 수치다.

SSG닷컴과 G마켓 시너지도 아직까지 뚜렷하지 않다. G마켓이 신세계그룹에 편입된지 8개월여 됐지만 SSG닷컴과 G마켓은 이커머스 빅플레이어로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SSG닷컴과 G마켓은 통합 멤버십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SSG닷컴과 G마켓 양쪽에서 무료배송과 상품할인, 적립 등 멤버십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했다. 또 G마켓에서 쓱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일프레시(신선식품 장보기) 전용관을 연 것 외에는 통합 시너지 효과는 미미하다.

여기에 SSG닷컴은 준비 중인 IPO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대기업이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를 세우고 이를 상장시키는 일명 ‘쪼개기 상장’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고성장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단기간 내 상장하면서 주주권 상실과 주가 하락 등 일반 주주의 피해문제가 불거진 것을 두고 ▲물적분할시 공시 강화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심사 강화 등을 개선안에 담았다.

SSG닷컴은 지난해 상장을 위해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했고 현재 증시 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내년으로 상장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정을 년내 마무리할 계획으로, SSG닷컴은 강화된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SSG닷컴 관계자는 “G마켓은 오픈마켓 분야에서 거래액이 큰 이커머스”라면서 “SSG닷컴과 G마켓은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상품이나 패턴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SSG닷컴은 프리미엄 플랫폼, G마켓은 오픈마켓 위주로 별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스마일프레시, 멤버십 등을 통해 SSG닷컴과 G마켓 통합 작업을 지속해나가고 있다”며 “협업 고민은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SSG닷컴과 G마켓은 앞으로도 통합보다는 따로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커머스 기업들은 크게 종합몰과 전문몰로 나뉘는데 최근 트렌드 중 하나는 전문화다. 신세계가 SSG닷컴을 자사 전문몰로 전략을 취하면서 G마켓을 종합몰로서 운영하려는 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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