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의 멈추지 않는 미국 3배 레버리지 ETF·ETN 매수
국내 레버리지 ETF·ETN 상품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무조건 비판하기 전에 국내 증시에서 품을 대안 모색해야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서학개미들이 어떤 종목을 가장 많이 순매수하고 있는지를 찾아볼 때마다 언제부터인가 맨 위에는 PROSHARES ULTRAPRO QQQ ETF라는 종목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ETF는 나스닥1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티커명 TQQQ로 더 유명하다.
언제부터였을까. 데이터를 찾아보니 적어도 2년 전에는 아니었다. 2020년 9월 당시 서학개미들은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아마존 등을 TQQQ보다 훨씬 더 많이 순매수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은 정상적인 투자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TQQQ 순매수 순위는 상승하기 시작했고 최상위권에 진입했다. 올해 들어서는 'ICE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티커명 SOXL)과 순매수종목순위 1,2위를 다투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종목들을 살펴보니 최상위권 종목은 대부분 3배 레버리지 ETF·ETN이다. 나스닥100지수를 역으로 3배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 SHORT QQQ ETF(SQQQ)와 미국 20년 국채를 3배로 추종하는 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 ETF(TMV), FANG 기업 등 기술주를 3배로 추종하는 BMO MICROSECTORS FANG INNOVATION 3X LEVERAGED ETN(티커명 BULZ) 등이 뒤를 잇고 있다.
3배 레버리지 ETF·ETN은 장기 투자하면 안된다고 알려진 종목이다. 음의 복리효과 때문에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동안 레버리지 ETF·ETN 주가는 결과적으로 우하향하기 때문이다.
3배 레버리지 ETF·ETN에 단기투자하는 사람들을 놓고 도박꾼에 가깝다는 말도 나온다. 맞는 말이다. 3배 레버리지 ETF·ETN 매수는 투자가 아니라 방향성에 내기를 거는 홀짝게임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상적인 투자자 대신 도박꾼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미국 주식 투자자들의 주류가 3배 레버리지 ETF·ETN으로 바뀌었는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시작은 2020년 국내 증시 원유레버리지 ETN 거래정지부터일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증시가 급락하고 수요감소 우려에 원유가격이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된 원유 레버리지 ETN은 실제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엄청난 괴리율을 보였고 수 차례 거래가 정지됐다. 투자자들은 손실을 봤다며 소송전에 나섰지만 결국 법원은 증권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해 가을 금융당국은 ‘ETF·ETN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며 레버리지 ETF·ETN에 대한 진입장벽을 만들었다. 전문투자자가 아닌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ETF·ETN을 매수하려면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내고 온라인으로 사전 교육을 받아야 거래를 할 수 있게 했다. 내세운 명분은 ‘투자자 보호’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레버리지 ETF·ETN에 대한 규제는 권한 밖이라 할 수 없었다. 국내 증시의 레버리지 ETF·ETN 상품은 2배까지 허용되지만 미국 증시는 3배까지 허용되고 있다. 여기에 해외주식 소수점 매매도 가능해지면서 적은 돈으로도 미국 증시에 상장된 3배 레버리지 ETF·ETN를 쉽게 사고팔 수 있게 됐다. 국내 증시에서 레버리지 ETF·ETN 투자가 어려워지자 미국 증시로 도박꾼들이 대거 이동하고 도박꾼들의 저변도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일종의 풍선효과가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서부터 도박은 나쁜 것이라고 교육받는다. 정당한 노동이 아닌 방법으로 부를 쌓고 생산성이 없는 활동이며 사회 기본질서를 타락시키는 유혹을 발생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일견 일리가 있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 등 외국에서는 오만가지 도박이 다 합법화되어 있다. 심지어는 영국에서는 왕세자비가 낳을 자식이 아들인지 딸인지 쌍둥이인지를 놓고서도 합법적인 베팅이 벌어진다. 영국에서는 미국보다 더한 5배 레버리지 ETF·ETN도 상장되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 도박을 합법화한 외국이 잘못된 나라일까? 마음 편하게 문화의 차이라고 설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다.
해외에서 3배나 5배 레버리지 ETF·ETN 출시를 허용한 것은 근본적으로 성공과 실패 모두 개인의 몫이라는 의식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ETN투자로 손실을 보면 그것은 개인의 책임이고 결과는 개인이 져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모펀드건 공모펀드건 부동산이건 마찬가지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 실패나 타락, 투자손실, 빈곤 등은 개인은 잘못이 없고 사회구조적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의식와 움직임이 횡행한다.
참으로 왜곡되고 편향된 가치관이다.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면 개인(나)의 실수와 잘못은 덮어지고 모든 실패와 손실, 가난은 이 사회의 책임이 된다. 이러한 시각의 근본에는 ‘나는 깨끗하고 착하다’라는 자기위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풍토에는 언론의 책임도 없다고 볼 수 없다.
근본적으로 모든 투자의 책임은 본인 몫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본인이 손실을 보면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로 바뀐다. 여기에 보신주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금융당국의 관료들이 호응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레버리지 ETF·ETN에 대한 규제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도박 문화를 조장한다는 명분으로 강원랜드를 없애면 우리 사회에서 도박을 없앨 수 있을까? 오히려 암암리에 불법 도박장이 횡행하고 해외 원정도박 역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해외 카지노는 강원랜드보다 더 나은 승률과 편의시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해외 레버리지 ETF·ETN처럼.
그들을 도박꾼이라고 비판하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도박 문화는 사라진 적이 없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국내 증시 레버리지 ETF·ETN 규제를 옳다 그르다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현실적으로 3배 레버리지 ETF·ETN에 대한 수요를 어떻게 하면 국내 증시에서 소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생산적 논의가 필요하다. 3배 레버리지 ETF·ETN 도박꾼들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려는 수요 때문에 환율도 불안하다. 달러 환전 수요를 줄이고 도박꾼들의 손실을 국내 증시 안에서 이뤄지도록 한다면 지금보다 국가 경제에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