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질캡슐 알피바이오, 9월 IPO 진행···올해 바이오 IPO 부진 속 상장 도전
대웅제약 창업주 차남 윤재훈이 최대주주···2015년 계열사 떼어내 독립
대웅제약은 3남 윤재승이 승계···한때 후계자 놓고 윤재훈·윤재승 경쟁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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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연질캡슐 제조사 알피바이오가 바이오 혹한기에도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흥행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알피바이오는 대웅제약 창업주인 고 윤영환 명예회장의 차남인 윤재훈 회장이 최대주주다. 윤 회장은 한때 동생인 윤재승 현 대웅제약 CVO(최고비전책임자)와 대웅제약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지만 밀려났고 이후 계열사였던 알피바이오(당시 알피코프)를 떼어내 독립했다.

알피바이오의 IPO를 통해 윤 회장이 대웅제약 경영자로서 성공하지 못했던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알피바이오, 바이오 혹한기에 IPO 도전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알피바이오는 오는 15~16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20~21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공모주식은 120만주이고 희망공모가는 1만~1만3000원이다. 희망공모가기준 공모금액은 120억~156억원, 상장후 시가총액은 782억~1017억원이다. 상장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알피바이오는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에 사용되는 연질캡슐 제조사로 1983년 미국 알피쉐러(RP Scherer Corp)와 대웅제약이 합작해 설립한 알피코프가 전신이다. 이후 2016년 인적분할을 통해 연질캡슐 제조 등 바이오사업부분이 알피바이오로 설립됐다. 알피바이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연질캡슐 원천기술과 오리지널 기계를 보유하고 있다.

알피바이오 IPO는 올해 미국발 금리상승 기조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 업종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어 흥행 여부에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1월 상장한 애드바이오텍을 시작으로 바이오에프디엔씨, 노을, 보로노이, 루닛, 에이프릴바이오 등 IPO에 도전했던 바이오기업들은 모두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겨우 상장했고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의약연구소, 퓨처메디신,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이뮨메드 쓰리빌리언 등은 상장심사 신청을 자진철회했고 디앤디파마텍은 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알피바이오는 다른 바이오기업들과 다르게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은 차별화된다. 알피바이오는 지난해 매출 1150억원, 영업이익 59억원을 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매출 681억원, 영업이익 67억원을 내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을 반기만에 넘어섰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도 무리가 없는 편이다. 알피바이오는 다른 바이오기업들처럼 미래실적을 추정해 평가하지 않고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연간 당기순이익으로 환산한 다음 비교기업으로 서흥, 노바렉스, 콜마비앤에이치 등을 선정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구주매출도 전혀 없고 120만주 전량 신주모집이다. 알피바이오는 공모자금을 공장 증설에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기존 재무적투자자들이 보호예수를 설정하지 않으면서 유통물량은 다소 많은 편이다. 상장예정주식수 782만3942주 가운데 34.88%에 해당하는 272만9226주는 상장 직후 유통이 가능하다.

여기에 아직 주식매수 선택권과 전환우선주, 전환사채 등으로 주식수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 행사되지 않은 주식매수 선택권은 41만4179주이고 공모가하단 기준 전환사채는 보통주 61만4500주, 전환우선주는 보통주 44만8000주로 전환이 가능해진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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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훈, 알피바이오 IPO로 명예회복?

알피바이오 최대주주인 윤재훈 회장은 상장전 알피바이오 지분 61.13%를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이 알피바이오 최대주주에 오른 것은 과거 자신의 동생인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현 대웅제약 CVO)과 벌였던 후계자 경쟁과 연관되어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별세한 윤영환 명예회장이 약사를 하다 1966년 대한비타민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회사로 1978년 사명을 대웅제약으로 변경했다.

윤 명예회장은 3남 1녀를 뒀는데 일찌감치 후계자는 3남인 윤재승으로 정해지는 듯했다. 윤 CVO는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인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89년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원 검사에 임용됐다. 이후 6년간 검사를 하다 1995년 대웅제약 부사장으로 입사했고 1997년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반면 윤재훈은 미국 덴버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대증권과 미국 일라이릴리 등에서 근무하다 1992년 대웅제약 기획실장으로 입사했다. 동생보다 3년 먼저 회사에 합류했지만 윤영환 회장은 일찍부터 윤재승을 후계자로 정했다.

하지만 2009년 당시 윤영환 회장과 윤재승 간 갈등설이 불거졌고 이후 윤영환 회장은 윤재승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형인 윤재훈에게 대웅제약 경영권을 맡겼다. 이를 놓고 후계자 교체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대웅제약은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이 후퇴하기 시작했고 윤재훈은 2012년을 끝으로 대웅제약 대표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윤재승이 대웅제약 대표에 다시 복귀했다. 2014년에는 윤영환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윤재승이 회장에 오르면서 사실상 대웅제약 후계 구도는 결정됐다.

윤재훈은 이후 대출을 끼고 대웅그룹 자회사였던 알피코프 지분을 매입한 다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주사 대웅의 지분을 수년에 걸쳐 매각하면서 대출을 갚는 방식으로 관계를 정리했다. 2017년에는 윤재훈이 모든 대웅 지분을 매각하면서 대웅제약과 지분 관계도 완전히 정리됐다.

이후 윤재승 회장은 2018년 막말 파문 이후 대웅제약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올해 최고비전책임자'(CVO)라는 직함의 미등기·비상근 임원으로 복귀했다. 윤영환 명예회장은 지난달 20일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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