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연말 출시할 G90 연식변경 모델에 자율주행 레벨3 적용 예정···고속도로에서 ‘조건부 자율주행’
레벨2에선 사고 책임 오롯이 운전자가 져···레벨3부턴 제조사도 책임질 수 있어
매뉴얼대로 행동했음에도 시스템 오류로 사고 발생했으면 운전자 잘못 아냐

올해 연말 제네시스 G90에 자율주행 레벨3가 옵션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 사진=현대자동차
올해 연말 제네시스 G90에 자율주행 레벨3가 옵션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 사진=현대차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에 맞춰 자율주행 중 시스템 오류로 사고가 났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전까진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운전자가 온전히 책임져야 했다. 자율주행 레벨2 수준에서 발생하던 일이다. 

레벨2 단계에선 자율주행 시스템을 작동하더라도 스티어링휠(핸들)을 잡는 등 운전자에게 주의가 요구됐다. 시스템이 차량을 제어하는 정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실 책임이 레벨3부턴 달라질 예정이다.

14일 제네시스에 따르면 올해 연말 G90 연식변경 모델에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옵션이 적용될 계획이다. HDP(Highway Driving Pilot)로 불리는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은 고속도로에서 ‘조건부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운전자는 시스템이 직접운전을 요구하는 상황을 제외하고 차량에 운전을 맡길 수 있다. 이전 레벨2처럼 스티어링휠에 손을 대고 있을 필요가 없다.

그동안 레벨2에선 자율주행 시스템을 작동하더라도 운전자의 상시 집중이 요구됐다.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은 보조적인 기능으로 규정됐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역시 자율주행모드 시 스티어링휠에 손을 붙이고 있어야 하는 방식을 따른다. 잠깐 손을 뗄 순 있지만 장시간 손을 떼고 있으면 자율주행 기능이 종료된다.

이러한 이유로 사고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운전자에게 돌아갔다. 시스템 오류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운전자가 부주의했던 것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스티어링휠에 손을 항상 올려둬야 한다는 것은 책임의 소재가 운전자에게 귀속돼 있음을 의미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이전까진) 자율주행 중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현행법상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레벨3에선 책임의 소재가 자동차 제조사에게 일부 향할 수 있다. HDP를 작동할 수 있는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에 맞춰 매뉴얼대로 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했고, 차량이 운전자에게 직접 조작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시스템 오류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책임은 자동차 제조사가 져야한다. 

현대차그룹의 HDP가 적용될 G90 /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의 HDP가 적용될 G90. / 사진=제네시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자율주행 레벨3에선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제조사에게 책임이 있다”며 “이는 기록장치를 통해 소프트웨어에 결함이 있었는지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었는지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실제 사례가 없어 단정해 말하긴 어렵지만, 만약 소프트웨어 결함에 의한 사고라면 제조사가 100% 책임을 질 수 있다”면서 “제조사와 운전자가 분담해 내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자율주행 중인 차량이 시스템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해 차대차 7:3 과실을 냈다면 제조사는 7에 해당하는 금액을 100% 책임져야 하는 셈이다. 

실제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29조의2는 “자율주행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자율주행자동차사고로 다른 사람이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다른 사람의 재물이 멸실 또는 훼손되어 보험회사등이 피해자에게 보험금등을 지급한 경우에는 보험회사 등은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자에게 그 금액을 구상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역시 레벨3 상용 자율주행차 전용보험 특약과 관련해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의 책임을 제조사에게 문다고 규정한 바 있다. 

상용 자율주행차 관련 규정 / 캡쳐=금융감독원
상용 자율주행차 관련 규정. / 캡쳐=금융감독원

한편, 테슬라는 현재 미국 등 해외 일부 지역에선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국내에선 보험 문제 등으로 기술 구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에서 테슬라는 보험사 업무를 대리 수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별도의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보험사업을 위해선 설립 여건을 갖춘 후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테슬라는 현재 국내서 보험사를 설립하지 않아 기존 12개 보험사에 가입해 자율주행차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테슬라는 독자적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다른 자율주행 방식과 운영방식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보험체계 역시 별도로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테슬라의 자율주행 서비스 운영방식이 국내 보험체계와 저촉될 경우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우선적으로 G90에 시속 60km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뒤 향후 속도 제한 범위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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