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CPI 지난해 대비 8.3% 올라···시장 예상치 상회
연준 자이언트스텝 가능성↑···1%포인트 인상 전망도
기술주 낙폭 심해···엔비디아와 메타 각각 9%씩 급락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미국 뉴욕 증시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급락했다. 개장 전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 보다 높게 나오면서 투자 심리를 급격하게 얼어붙게 한 것이다. 나스닥 지수의 경우 5% 넘게 하락하며 2년 3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13일(현지 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1276.37포인트(3.94%) 떨어진 31104.9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77.72포인트(4.32%) 급락한 3932.69에 장을 끝냈고 나스닥 지수는 632.84포인트(5.16%) 폭락한 11633.57에 장을 마감했다.
3대 지수 모두 코로나19 팬데믹(대확산) 초기인 2020년 6월 11일 이후 2년 3개월 만의 하루 최대 하락폭이다. 이로 인해 지난 6일 이후 나왔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게 됐다.
개장 직전 발표된 8월 CPI가 투자 심리를 급랭시킨 원인이었다. 8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8.3% 올랐다. 국제 유가 하락에 8%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과는 사뭇 다른 결과였다. 게다가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보다 0.6% 올랐는데 이 같은 상승률은 전월(0.3%)과 비교해 두 배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발생했다. 일각에선 1%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기준금리 선물시장의 투자자들은 8월 CPI 발표 후 9월 FOMC에서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67%로 보고 있다. 1%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은 33%까지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1%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됐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기술주들의 급락세가 두드러졌다. 긴축 강화에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금리 상승에 민감한 기술주들에 매도세가 나온 영향이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3.75%를 넘어서 연고점을 경신했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422%로 치솟았다.
개별 종목을 살펴보면 엔비디아의 경우 9.5% 급락했고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9.4% 하락했다. 애플(-5.9%), 마이크로소프트(-5.5%), 구글 모회사 알파벳(-5.9%)도 5% 하락세를 보였다. 유니티소프트웨어(-13.4%)를 비롯한 일부 기술주에서는 두 자릿수 대 폭락이 나오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시장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루크틸리 윌밍턴트러스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증시는) 아직 숲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이며 심지어 숲의 끝이 어디인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