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손해율 안정화 여건 조성···보험료 조정 유도해야”
8월 집중호우 및 9월 태풍 등으로 하반기 손해율 상승 가능성↑
손보업계 “연말까지 손해율 추이 지켜본 후 보험료 조정 논의해야”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놓고 금융당국과 손해보험업계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상반기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을 들어 보험료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반면 손보업계는 하반기 기록적인 폭우와 최근 태풍 ‘힌남노’ 여파까지 겹치면서 손해율 급등이 예상돼 지금 보험료 인하를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12개 손보사의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을 발표하며 “양호한 영업실적과 자동차 사고 감소를 위한 강도 높은 범정부적 대책 추진으로 손해율 안정화 여건이 조성됐다”며 “영업실적에 부합하는 보험료 조정을 유도해 자동차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12개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7.1%로 전년 동기(79.4%) 대비 2.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7년(77.8%) 이후 최저 수준이다.
손해율은 전체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 비율을 의미한다.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면 보험사들은 벌어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이 더 커져 적자를 보게 된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에서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적정 손해율은 78~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최저 수준을 기록한 데에는 사고율 감소로 손해액이 감소하고 가입 대수 증가 등으로 보험료 수입이 증가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19년 17.8%를 기록했던 자동차 사고율은 ▲2020년 15.5% ▲2021년 15.2% ▲2022년 상반기 14.3%(잠정치) 등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자동차보험 가입대수는 지난해 상반기 2396만대에서 올해 상반기 2451만대로 1년 만에 55만대가 증가했다.
손해율 감소에 힘입어 자동차보험 영업손익 역시 올해 상반기 기준 6264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4137억원) 대비 51.4%(2127억원) 증가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운행량 증가로 사고율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사고율이 감소하고 손해율도 전년 동기보다 개선되면서 금융당국은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손보사들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상반기까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된 것은 사실이나 지난 8월 폭우와 최근 태풍 ‘힌남노’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손해율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상반기 현황만을 놓고 보험료 인하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집중호우가 시작된 지난 8월 8일부터 18일 오전 10시까지 손보사에 접수된 집중호우 관련 차량 피해 건수는 1만1685건으로 집계됐다. 추정 손해액은 1637억1000만원에 달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월에는 태풍 힌남노 피해까지 발생했다. 지난 7일 오후 3시까지 접수된 힌남노에 따른 차량 침수 피해는 총 6762건으로 집계됐다. 추정 손해액은 546억3200만원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8월 집중호우에 이어 9월에는 태풍 영향까지 겹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상반기까지는 손보업계 손해율이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지만 하반기에는 차량 침수 피해가 급증하면서 손해율이 90%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침수 피해 외에도 추석 명절 기간 차량 이동량 증가에 따른 사고율 상승과 자동차 부품비 인상, 병원 진료비 증가 등의 원가 상승요인 등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올해 추석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없는 첫 번째 추석 연휴인 만큼 차량 이동량이 많이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량 통행량이 증가하면 사고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손해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상황만 놓고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점이 너무 이르다”며 “올해 말까지 손해율 추이를 지켜보고 보험료 조정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