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사태 보듯 분양권 및 입주권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재건축이 추진되는 낡은 상가를 매입하는 형태의 투자가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있고, 개별 조합 정관에 따라 입주권 및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주택시장 경착륙으로 부동산 시장 전반이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경매, 아파트 대체 주거상품에 이어 주택과 무관한 듯한 재건축 상가 인기까지도 시들해진 것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 2층 상가 전용 11.62㎡는 3억4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3.3㎡ 당 1억원 꼴이다. 여전히 높은 값이긴 하더라도 올해 초 대비 문턱이 낮아진 수준이다. 연초에는 이보다 더 높은 값에도 매물이 없어 매수 대기자들이 줄지어있을 정도였다. 때문에 재건축 상가도 주택시장과 비슷한 흐름으로 하향 안정세를 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가가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탈 수 밖에 없는 건 애초에 주택 대체제로 부각되며 인기가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전 정부에서 다주택자에 규제를 가하면서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산정시 중과세를 매기자 세금을 피하고 주택수에 산정되지 않는 상가 시장으로 투자자가 몰려든 것이다. 그러면서도 재건축 후 상가는 물론, 조합 정관에 따라 신축 주택으로도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부각됐다.

게다가 지난달 초과이익환수법이 개정됨에 따라 재건축 상가 조합원의 분담금도 줄어들게 된 점도 재건축 상가 투자의 긍정적 요소로 평가됐다. 재건축 분담금은 사업 종료 시점의 주택가격에서 개시 시점의 가격을 뺀 값으로 결정되는데, 그동안 상가 조합원은 애초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개시시점의 주택값이 0원으로 처리되면서 분담금이 높게 책정됐다. 정부는 이를 개정해 상가의 가치를 공식 감정평가를 통해 평가한 뒤 산정하는 데 반영하도록 개정하면서 분담금이 과거 대비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밖에 대출도 주택 대비 넉넉하게 나오는 점도 장점으로 평가됐다.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매수대기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주택시장이 가파른 속도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급매 주택을 매수하면 될 일이지, 굳이 주택매수라는 최종 목적을 위해 상가 투자를 할 필요가 없어져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2년 간 이른바 썩상(재건축 추진 단지 내 오래된 상가)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매수자가 줄어 주택, 토지 등까지 두루 취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상가투자 인기가 시들해진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둔촌주공 사례를 언급한다. 둔촌주공은 상가동에 총 309호실이 있지만 지분권자는 약 530명이다. 이른바 상가 쪼개기가 행해진 영향인데, 이럴 경우 상가의 모든 지분권자가 준공 후 신축상가를 1개 호실씩 소유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에 상가 지분 소유주들은 무상지분율을 높여서 분양받을 점포의 크기를 넓히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 사업진척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사공사업단과 조합이 새 집행부 구성, 공사 재개 등 사업 정상화에 대한 합의를 마쳤지만 여전히 상가 분쟁만큼은 최대 변수로 남아있다. 지분권자들도 포함된 통합상가위원회 측이 사업 정상화를 위한 10월 총회 개최를 막아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위축된 데다, 윤 정부가 주택 규제는 완화하려는 기조를 취하고 있다. 게다가 둔촌주공 사태를 통해 보듯 분양권 및 입주권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으니 투자를 하려던 사람들도 주춤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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