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신동아 유찰 예고, 수의계약 가능성도
‘오티에르’ 앞세워 강남권 대단지 첫 수주 기회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포스코건설이 올 하반기 강남권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방배신동아’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력 경쟁사로 꼽히던 현대건설이 공정성을 이유로 입찰 포기를 선언하면서다. 그동안 소규모 사업에 만족해야 했던 포스코건설이 첫 강남권 대단지 재건축 사업에 한발 더 나가선 모양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신동아 재건축 조합은 다음 달 4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다. 당초 수주전은 물밑 경쟁을 벌인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의 2파전이 예상됐다. 현대건설이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내세웠고 포스코건설은 새롭게 출시한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로 맞섰다. 앞서 지난달 2일 열린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 15개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꾸준히 관심을 나타낸 건 두 건설사뿐이다.
방배신동아 재건축은 서초구 방배동 988-1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5층, 84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예상 공사비는 3746억원 규모다. 강남권인 데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방배역 역세권으로, 주변에 학군과 편의시설이 형성돼 있어 입지가 좋다는 평가다. 인근에 래미안, 자이, 아크로 등 굵직한 브랜드 아파트 단지들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입찰은 유찰이 점쳐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입찰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다. 재건축 사업 홍보 과정에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불참 사유다. 포스코건설이 공식 홍보관 외에 오티에르 전시관을 방배신동아 재건축 홍보관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를 조합이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포스코건설은 조합이 허용한 조건 안에서만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포스코건설의 공격적인 수주활동에 부담을 느껴 현대건설이 입찰을 철회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건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포스코건설의 수주 확률은 높아질 전망이다. 현행법상 시공사 선정은 단독 입찰로 2회 이상 유찰되면 조합이 총회 의결을 거쳐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 통상 수주전에서 1차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할 경우 수의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포스코건설이 방배신동아의 시공권을 따내면 강남권 대단지에 재건축 깃발을 꽂는 첫 사례가 된다. 포스코건설은 그동안 강남권 정비사업장에서 수주활동을 벌여왔지만 대부분 소규모 사업지였다. 서초 반포동 ‘더샵 반포리버파크’(140가구)와 송파구 송파동 ‘잠실 더샵 루벤’(327가구)이 대표적이다. 반면 이번엔 강남 핵심 대단지인 데다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처음 적용한다는 점에서 강남권 정비사업지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차 입찰에서 현대건설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바꾸거나 다른 건설사가 참여할 경우엔 다른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찰을 포기하면서 입장문을 내놓은 건 흔한 경우가 아니다”며 “불리하게 흘러가는 수주전 분위기를 바꿔놓고 2차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배신동아가 하반기 정비사업 노른자 사업지로 꼽히는 만큼 2차 입찰이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