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유가 급등기 종료, 싱가포르 정제마진 7달러대서 횡보
내년 기상 전망도 ‘맑음’···정유업황 정상화에 호황 지속
‘유가 대칭점’ 정유·석유화학 동시 추진으로 안정적 수익구조 마련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제유가의 비정상적 급등에 힘입어 역대급 호황을 누렸던 에쓰오일의 호실적이 내년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급등했던 올해 상반기 정유 시장이 하반기 들어 정상화 국면에 들어섰지만, 예년과 같은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정유 시장은 코로나19가 시작될 때부터 현재까지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2020년 코로나19로 수요가 급감해 큰 어려움을 겪었고, 2021년에는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회복 사이클에 진입했다. 올해 상반기는 유가의 이상 급등에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고, 같은해 하반기 들어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유가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유업계의 이익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배럴당)은 이 기간 2020년 1분기 0.4달러로 추락했다. 회복 분위기가 나타난 2021년에는 7.1달러가 됐고 올해 6월에는 29.5달러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7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수준이다. 정유업계의 수익 마지노선은 6달러다. 올해 상반기 대비 4분의 1로 정제마진이 하락했지만, 이익을 남기기에는 충분하다.
에쓰오일의 실적도 글로벌 시장의 사이클과 함께 움직였다.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2020년 -1조900억원, 2021년 2조1000억원, 올해 예상치는 4조7000억원이다. 내년에는 정제마진의 안정화 흐름에 힘입어 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1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글로벌 정유업계에 호황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서 최고점은 지났지만 업황 하락 사이클로의 진입 우려는 크지 않다. 인플레이션으로 경기둔화 움직임이 있지만 중국의 도시 락다운 완화 등이 나타나면서 정유 수요는 평균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에쓰오일은 정유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석유화학에 투자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석유화학은 정유와 반대로 유가가 낮을수록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글로벌 유가 흐름에 기업의 명운이 달렸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석유화학을 키우는 것이다.
에쓰오일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샤힌 프로젝트’ 가동을 선언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석유화학 비중을 높여 정유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순수 정유기업에서 복합 정유·석화 기업으로 변신을 꾀한다는 속내다.
울산 산업단지 내 에쓰오일 공장 부지에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SC&D)을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착공에 나서 2026년 완공·가동을 목표로 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2020년 12%대에 머물렀던 석유화학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2배 이상인 25%로 늘릴 계획”이라며 “정유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시장 흐름에 좌우되지 않는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