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 관심 높아져···지난달 순매수액 전월 대비 33% 증가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역대급 엔저(엔화 약세) 현상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지난달 일본 주식 순매수 금액이 30% 이상 늘었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매수-매도) 금액은 946만3801달러(약 130억8370만원)였다. 이는 지난 7월 711만2906달러(약 98억3359만원) 대비 33%가량 늘어난 규모다.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5월과 6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7월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
매수와 매도 건수를 합친 지난 8월 거래량은 9740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8월(6531건)보다 늘어난 것은 물론 2011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으로 집계됐다.
올해 엔 가치 하락 속도는 1989년(123.3엔→151.8엔)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13.4에서 지난 7일 144엔을 돌파하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27엔 이상 떨어졌다.
올해 들어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2% 하락하고 나스닥지수는 23.5% 내리며 주요 지수가 크게 떨어졌지만 닛케이225지수는 이달 8일 기준 연초 대비 2.52%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는 미국 증시와 대조적이다. 투자자들은 올해 미국 증시 약세, 달러 강세 영향으로 미국 주식 순매도에 나섰다. 특히 투자자들은 올해 7월 367만달러(약 50억7561만원)를 순매도했고, 8월에는 5억7153만달러(약 7904억원) 어치를 팔았다.
일본 증시뿐 아니라 엔화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저렴해진 엔화를 미리 사놨다가 향후 차익을 거두겠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7월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7월 국내 엔화예금은 54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말(52억5000만달러)보다 늘었다. 달러화, 위안화 등 다른 외화예금이 같은 기간 줄어든 것과 다른 양상이다.
투자자들은 엔화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에도 주목했다. ‘TIGER 엔선물 ETF’는 5월 시가총액이 68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142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9월 2000주였던 하루 평균 거래량도 이달 4만8000주로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자 일본 정부는 필요한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세이지 키하라 일본 부총리는 “엔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관련 현상을 면밀히 관찰해 필요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오전 마츠노 내각관방 장관은 “다소 일방적이고 급속한 엔 약세가 지속될 경우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개입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으로 인해 엔 가치는 오히려 추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일본 재무성과 금융청, 일본은행(BOJ)은 지난 8일 3자 긴급회동을, 9일에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회담을 갖는 등 정부와 BOJ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