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이전 로드맵 공개
노조, 명분·법적 근거 없는 결정···결사반대 입장 고수
항의 반발 고조···내부서 단독 파업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노조와 갈등 해소하고 국책은행 위상과 비전·미션 정립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KDB산업은행이 부산 이전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노사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명분도 법적 근거도 없는 결정이라며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노사 간 갈등은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측과 입장차가 커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면서 금융권의 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산업은행 부산이전 추진계획(추진계획)' 자료를 입수하고 산은 부산이전 로드맵을 공개했다.

해당 로드맵에 따르면 금융위와 산은은 올해 안에 ▲이전대상 기능의 범위 ▲부지 확보방안 ▲인력·설비 이전 일정 ▲전산망 구축방안 등을 담은 '산은 본점 이전' 기본방안 검토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달 중 산은 회장 직속 전담조직으로 '부산이전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이 과정에서 직원반발 등 갈등요인에 대한 해소방안도 함께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산은의 부산 이전 추진을 공식화한 상태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 관련 질의에 대해 "대통령이 산은 이전을 신속히 이전하라고 지시했고 산은 회장도 이전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지방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공공기관을 더 추가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남 창원 진해구에서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도시, 무역도시, 첨단 기술산업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며 "산은의 부산 이전을 조속하게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도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산은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전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정부와 산은은 관련법 이전에 본사 임직원 일부를 먼저 부산에 발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발은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이전 계획 등이 직원 등과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회장이 취임 당시 만들겠다고 한 소통위원회는 시작도 못 했고, '부산 이전 TF'도 사실상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1일에는 회장실 앞에 직원 400여명이 모여 항의 집회를 했고 회장실 앞 이전 반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금융노조 총파업과 별개로 단독 파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부에서 나온다.

직원 이탈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산업은행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퇴직자는 총 79명으로 고령 직원인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을 제외하면 38명이 회사를 떠났다. 특히 사원·대리급의 5급(12명)과 과장급에 해당하는 4급(11명) 직원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핵심 인력이 떠나기 전에 강 회장이 노조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국책은행의 위상과 비전, 미션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