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19년 1월 말 이후 낙폭 최대, 강남3구 모두 하락폭 키워
반등할 만한 소재 없어, 당분간 침체 분위기 이어갈 듯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를 알리는 전단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를 알리는 전단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송파구 대장단지로 꼽히는 엘스의 하락세가 심상찮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가 올 초 대비 7억원 이상 뚝 떨어진 금액에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지만 매수자를 쉽사리 찾지 못하는 것이다. 송파구는 그동안 강남3구 집값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강남구와 서초구 대비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편이어서 주택시장이 상승세일 땐 빨리 오르고 하락세일 땐 더 빨리 내리는 등 선행지표 역할을 해와서다. 때문에 근래의 송파구 대장단지 급매를 이유로 일각에서는 강남3구의 향후 분위기를 암울하게 보는 전망도 잇따른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 84㎡는 19억5000만원에 급매로 나왔다. 아직 일부 급매물을 제외한 시세는 20억을 넘지만 국민평형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20억 미만으로 하락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이와 같은 분위기가 엘스 외 타 단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입주 만 3년차인 헬리오시티 동일평형은 18억원대까지 내려왔다. 리센츠는 아슬아슬하게 20억원대의 시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실제 통계지표를 봐도 이와 같은 분위기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울 아파트값이 13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고, 25개 자치구 아파트값이 모두 내렸다.

지난 수년 간 주택시장이 상승곡선을 탈 땐 추석 이후 오름폭이 더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추석 이전인 7월과 8월은 태풍 등 기후와 휴가가 낀 탓에 거래량이 줄어들며 오름폭이 축소됐다가, 가을 이사철과 맞물리며 오름폭을 다시 키워나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와 같은 추세를 이어나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집값이 반등할 소재가 없어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착륙한 주택시장 분위기에 놀라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금지를 해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휴를 앞두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실제 금융기관에서도 하반기 주택시장을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달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대출금리 상승,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당시 보고서 설명에 앞서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나 주택 매입을 위한 신규 대출 부담이 나타날 것”이라며 “앞으로 주택시장과 관련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본 결과 점진적인 하향 안정화로 전망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방압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서울의 경우 주택공급 부족 해소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다 부동산 관련 세제 혜택, 실수요자 중심 대출규제 완화정책 등은 주택가격 하방 압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수준으로 집값을 내려야 팔릴까 말까 한 수준”이라며 “금리인상 기조, 대출규제 유지 등이 이어지는 만큼 추석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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