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혐의' 피고인 A씨, 기자·언론사·대한민국 상대 손해배상 청구 기각
“침해되는 사익보다 공익 크고 당사자 특정 안 돼···공보판사 업무, 규칙·예규에 따라 적법”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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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당사자 동의 없이 형사판결문이 공개되더라도 침해되는 사익보다 공공의 이익이 큰 경우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언론사, 언론사 기자 B씨,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3년 상대방 동의 없이 혼인신고를 했다는 혐의(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등)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다. 2,3심 끝에 이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언론사 기자인 B씨가 익명화된 자신의 판결문을 법원 공보판사로부터 열람해 기사를 작성하자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B씨와 B씨가 소속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 공무원인 공보판사가 당사자 동의 없이 판결문을 공개한 행위 역시 위법하다며 대한민국의 손해배상 책임을 주장했다.

1·2심 모두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의 공개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더라도 공공의 이해와 관련돼 있고 그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경우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며 “이 사건 기사는 원고의 실명을 공개한 것이 아니어서 원고의 명예나 사생활 침해의 정도가 경미하고, 범죄사실 내용이 상대방 동의 없는 혼인신고의 경우 공전자 기록 등 불실기재의 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성이 적지 않아 공공의 이익이 더 커보인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특정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기사 내용만으로는 일반인은 물론 원고의 지인이나 주변인이 관련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원고임을 인식할 수 있었으리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공보판사가 확정되지 않은 판결문을 기자에게 제시해 열람하도록 한 행위는 적절해 보이지 않을 여지가 있다”면서도 “판결의 공개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기본원리로 거부할 수 없고 공보판사가 판결문 공개 당시 사생활 보호를 위해 비실명처리를 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명예 또는 인격권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은 판결문을 바탕으로 작성된 이 사건 기사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고 그 내용도 국민의 알권리와 범죄예방에 관한 것으로서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며 “명예훼손에서 허위사실과 공익성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공보판사의 판결문 공개가 위법한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원심에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형사 판결서 등의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규칙, 예규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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