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지난해 11월부터 롯데정밀화학 주식매수로 지분율 31.13%→43.5%
SK디스커버리, SK케미칼 주식 공개매수···지분율 34.83%→41.77% 목표
알짜 자회사 연결실적 반영 목적···롯데케미칼은 합병설도 그치지 않아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롯데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가 각각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과 SK케미칼 지분 늘리기에 나서면서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주식 공개매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목적을 '연결회계 편입'이라고 밝혔고 롯데케미칼 역시 알짜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의 실적을 모회사인 롯데케미칼 실적에 연결편입하려는 시도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의 자회사 지분율 확대를 놓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정밀화학과 합병을 염두해 둔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고 회사채 발행을 고려한 신용등급평가 강화 목적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 롯데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 자회사 지분확대 배경은?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의 지분율을 꾸준히 늘리는 배경에 대해 롯데정밀화학 실적을 모회사인 롯데케미칼 실적에 반영하는 종속기업으로 재분류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6년 2월 삼성그룹으로부터 롯데정밀화학(삼성정밀화학) 지분 31.13%를 인수했다.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롯데정밀화학 지분은 5년 동안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롯데케미칼은 롯데정밀화학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기 시작했고 이달 2일까지도 지속됐다. 이날 기준 롯데케미칼의 롯데정밀화학 지분율은 43.5%에 달한다. 그동안 롯데케미칼이 지분율 확대에 들인 돈은 2000억원이 넘는다.

이와 관련해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롯데정밀화학 지분 매입은 연결회계 편입이 목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SK디스커버리도 자회사인 SK케미칼 지분 늘리기에 나선 상태다. SK디스커버리는 장중 매수 대신 아예 주식 공개매수를 발표했다. SK케미칼 주식 91만9118주(5.22%)를 주당 10만8800원씩, 총 1000억원을 들여 지분율을 현 36.56%(특수관계인 포함)에서 41.77%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SK디스커버리는 주식 공개매수 목적에 대해 ”연결자회사 편입 추진을 통한 경영성과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라고 공시했다.

롯데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 모두 자회사가 모회사보다 규모는 작지만 수익성은 더 나은 알짜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 11조973억원, 영업이익 612억원을 냈지만 롯데정밀화학은 매출 1조3386억원, 영업이익 2398억원을 냈다. SK디스커버리 역시 올해 상반기에 매출 4조3511억원, 영업이익 1469억원을 냈지만 SK케미칼은 매출 9194억원, 영업이익 1359억원을 기록했다.

◇ 연결회계 편입 왜 안했었나

롯데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 모두 롯데정밀화학과 SK케미칼을 지분법이 반영되는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연결회계에 편입된 종속기업의 실적은 내부거래분을 제외한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모회사에 반영되지만 관계기업으로 분류하면 당기순이익만 지분율에 따라 반영된다.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가 그동안 롯데정밀화학과 SK케미칼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하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국제회계기준(K-IFRS)이 도입됐고 이후부터는 실질적 지배력이 연결실적 반영의 기준이 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은 이전까지 사용되던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과는 상반된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일반기업회계기준은 세세하게 모든 회계처리를 정해진 규정대로 처리해야 하는 ‘규정중심’이지만 국제회계기준은 기업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원칙중심’을 택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시대를 맞아 국가별, 지역별, 업종별 특수성을 폭넓게 인정하자는 취지다.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규정을 어기면 회계위반지만 원칙중심인 국제회계기준에서는 기준을 고의로 바꾸거나 일관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하면 회계위반이 된다.

국제회계기준은 유럽식 개념으로 규정중심인 미국회계기준(US GAAP)과 다르다. 미국 회계기준에서는 지분율이 50%를 넘어야 연결로 편입시킬 수 있지만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면 지분율이 다소 낮더라도 연결회계에 편입할 수 있다.

통상 30%가 기준선이지만 40%대라도 2대 주주와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다면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했기에 연결로 편입할 수 없다. 반면 20%대 후반이라도 주주구성상 실질적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면 편입할 수 있다. 심지어는 지분이 아예 없어도 이사회 선임권 등으로 지배력이 있다면 연결로 반영해야 한다.

롯데정밀화학과 SK케미칼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롯데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가 절대적 최대주주로서 그 외 다른 주주가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롯데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가 롯데정밀화학과 SK케미칼을 관계기업으로 분류한 것 역시 원칙중심인 국제회계기준에서는 회계위반이 아니다. 비슷한 예로 한미사이언스도 2010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한미약품을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

한미사이언스의 한미약품 지분율은 2010년 39.3%에서 점차 늘었고 2019년 기준 41.40%에 달했다. 2019년 외부감사인으로 선정된 EY한영회계법인이 한미약품을 관계회사가 아닌 ‘종속회사’로 바꿔 연결 처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지만 금융당국은 한미사이언스의 판단에 대해 문제없다는 최종결론을 냈다. 처음 정한 원칙을 바꾼 적이 없기에 회계위반 자체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고의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기업으로 변경했기에 회계위반 논란에 휘말렸다.

국제회계기준상 관계기업을 종속회사로 변경시키려면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롯데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의 지분율 확대는 연결회계 편입을 위한 명분쌓기라고 볼 수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연결회계 편입시도 배경 놓고 '說說說'

롯데케미칼이 연결회계에 편입시키려는 배경을 놓고 합병을 염두해둔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분율을 미리 높여놔야지 추후 합병추진시 반대하는 롯데정밀화학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롯데케미칼 역시 호남석유화학이 지분 52%를 가지고 있던 자회사 KP케미칼과 합병해 탄생했다. 그러나 2009년 당시 KP케미칼을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부담에 합병을 포기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롯데케미칼은 합병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올해 5월 컨콜과 공시를 통해 합병설을 부인했으며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 역시 올해 5월 간담회에서 합병설을 부인하며 ”최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분을 늘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연결회계 편입으로 모회사의 신용등급을 보강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수익성이 악화되면 신용등급 평가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신용등급이 악화될 경우 회사채 발행시 조달금리가 높아진다.

하지만 알짜 자회사 실적을 반영하면 이를 상쇄할 수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개별기준 실적도 감안하지만 주요 평가기준으로 연결회계를 채택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 모두 최근 투자등으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협상을 하고 있는데 3조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케미칼은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2조8000억원가량 보유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 역시 SK가스 지분매입과 SK플라즈마 유상증자 참여 등 계열사 투자를 늘리고 있다. SK디스커버리 부채비율은 2020년말 114.86%에서 지난해말 124.2%로, 올해 상반기말에는 133.6%까지 상승한 상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