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노동자에게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노동3권’ 보장
사측 “법률관계 없고 운송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 민·형사 제기
시민단체 “판례상 특수고용 비정규직···쟁의행위도 정당행위” 반박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하이트진로 주류를 운반하는 운송노동자들이 하이트진로 본사를 점거하고 하이트진로 공장 인근에서 대체운송차량의 운행을 방해하자 사측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운송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 인정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17일 본사를 점거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 조합원들을 업무방해, 퇴거불응 등 혐의로 고소했다. 또 조합원 20여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는 자신들은 파업 중인 운송노동자들의 사용자가 아니며, 법률상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제3자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운송노동자들은 하이트진로가 아니라 자회사인 수양물류 또는 재하청업체인 바리익스프레스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송노동자들이 노동법상의 노동자가 아닌 ‘개인운송사업자’라는 게 하이트진로 측 주장이다.
이에 따라 사측은 운송노동자들의 본사 점거농성 행위가 건조물침입죄(퇴거불응죄), 업무방해죄에 해당하고, 하이트진로 공장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하면서 대체운송차량의 운행을 방해(업무방해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민형사상 책임은 ▲운송노동자들이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는지(특수고용 비정규직 문제) ▲하청과 재하청 구조에서 하이트진로가 원청사업주로서 노조법상 어떤 사용자책임을 지는지 ▲본사 점거행위가 노조법상 ‘쟁의행위시 정당한 직장점거농성’에 해당하는지 ▲대체운송차량 감시와 운송방해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등이 좌우할 전망이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노동인권실현을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는 단체의견서를 통해 대법원 판례상 “운송노동자들이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들은 대법원이 인정하는 ‘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보다 넓다고 설명한 뒤 “노조법상 근로자 여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춰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운송노동자들이 매일 각 공장으로 출퇴근하고 운송료를 받아 생활하는 점 ▲운송료 단가를 하이트진로가 정하는 점 ▲운송업무가 하이트진로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에 해당하는 점 ▲계약이 자동 갱신 돼 길게는 20년 가까이 근무하는 등 법률관계가 지속적이고 전속적인 점 ▲운송노동자들이 사측의 배차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등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점 등이 그 근거다.
이들은 또 ▲하이트진로 100% 자회사인 수양물류의 주요임원이 하이트진로의 상무 등 임원을 겸임해 하이트진로와 운송노동자 사이 직접 계약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여지가 있고 운송단가를 하이트진로가 실질적으로 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이트진로 사측은 대법원 판례 등 현재 해석기준에 의하면 최소한 노조법상 사용자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운송노동자들의 본사 점거농성과 운송방해 행위에 대해서도 “이 사안은 하이트진로가 원청사업주로서 화물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등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어 노조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 사안이다”며 “노조법상 사용자를 상대로 한 일반적인 노조활동과 쟁의활동이 허용되고, ‘폭력·협박 및 파괴행위’로 나아가지 않는 한 소극적·방어적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 운송료 인상·복직 놓고 교섭 평행선···‘소 취하’ 안건도 조율 중
수양물류와 화물연대 측은 최근까지 십 수차례 교섭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 측도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해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가상승에 따른 운송료 현실화, 계약 해지된 조합원들의 복직 등을 놓고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 측은 사측이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도 취하할 것을 요구한다고 한다.
반면 사측은 ‘책임자에 대한 계약해지’를 전제로 양보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교섭 타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물류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제기한 손해배상 및 모든 민형사상 절차를 취하할 의사도 있다고 한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전국적으로 26건, 194명을 수사해 이 중 3명을 구속했다. 본사 점거 농성 관련해선 수사대상 50명 중 48명에게 출석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