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스·랄라블라 잇따라 철수···앞서 신세계도 두 번 도전했지만 사업 접어
직영점 폐점 아리따움, 가맹점포도 줄어···당일배송도 2년만에 종료하기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H&B(헬스&뷰티)스토어 시장에서 CJ올리브영이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쇼핑과 GS리테일이 롭스, 랄라블라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유통 대기업들은 H&B스토어를 선보이며 공격적인 출점에 나섰지만 CJ올리브영 아성을 넘지 못하고 백기를 들게 됐다. 아모레퍼시픽도 아리따움 직영점을 없애고 당일배송 서비스 종료를 결정, 철수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GS리테일은 랄라블라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랄라블라는 이르면 다음 달 온라인몰 서비스를 종료하고, 11월 말 사업 철수에 나선다. 랄라블라 운영 종료는 2005년 왓슨스코리아로 시장에 발을 들인지 17년 만이다.
랄라블라에 앞서 롯데쇼핑도 운영하던 H&B스토어 롭스 로드숍 매장을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롯데쇼핑은 롭스를 롯데마트 내 숍인숍 매장 ‘롭스플러스’로 사업 모델을 바꾸고, 올 상반기에만 30개 롭스 매장을 폐점시켰다. 신세계그룹도 분스와 부츠를 통해 두 번이나 H&B스토어 사업에 도전장을 냈지만, CJ올리브영 벽에 가로막혀 결국 사업을 접었다.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도 마찬가지다. 아리따움은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2008년 자사 대표 브랜드들을 모아 선보인 뷰티 편집숍이다. 기존에는 라네즈·아이오페·마몽드·한율·해피바스 등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적인 18개 브랜드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정보에 따르면 아리따움의 최근 3년간 매장 수는 2019년 1024개(가맹점 1003개, 직영점 21개), 2020년 811개(가맹점 810개, 직영점 1개), 2021년 651개(가맹점 650개, 직영점 1개) 등으로 성장이 멈춘 상태다. 올해 9월 기준 아리따움 가맹점수는 457개로, 직영점은 모두 폐점된 상태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20년부터 시작했던 당일배송 ‘오늘도착’ 서비스와 아리따움몰에서 예약 후 매장에서 결제 및 제품을 수령하는 서비스 ‘뷰티테이크아웃’을 다음달 1일자로 없애기로 했다. 즉 아모레퍼시픽이 아리따움을 통해 도입한 O2O(Online-to-Offline) 서비스를 정리한 것이다.
아리따움 가맹점주는 “오늘도착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별로 없었다”며 “인근 가맹점도 곧 폐점한다고 한다. 점차 아리따움 매장이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모레퍼시픽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3년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움 관련 “프리미엄 시장에서 아리따움은 고객 니즈를 충족시킨 히트상품 판매와 유통점 확대를 통해 견고하게 성장했고, 신성장 채널인 온라인, 홈쇼핑 등에서도 성공적인 사업 확대로 화장품사업 전체 매출은 지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아모레퍼시픽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아리따움 매장 공간을 업그레이드하고 O2O 서비스를 도입해 디지털 기반의 매장 경쟁력 향상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이후 2018년부터 아모레퍼시픽은 사업보고서에 아리따움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선보인 ‘아리따움 라이브’도 출점 4년여 만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아리따움 라이브는 아모레퍼시픽 상품 이외에 수입 화장품 브랜드까지 취급하는 숍이다. 점주들은 아리따움 라이브를 위해 점포당 1500만원을 투자했으나, 잇단 폐점이 이어져 점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아리따움 라이브 점포는 2019년 말 380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280개로 약 30%가 줄었다.
반면 CJ올리브영은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도 지속 늘어나 지난해 기준 CJ올리브영 직영점은 1023개, 가맹점은 236개로 총 1259개에 달한다. 특히 CJ올리브영은 아리따움이 종료하기로 한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구매 3시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 ‘오늘드림’으로 소비자가 온·오프라인, 모바일 등 여러 경로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채널을 구축했다.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화장품은 올리브영에서만 산다”며 “이번 올리브영 세일 때도 매장에서 둘러보고 구매는 오늘드림으로 했다. 1시간 만에 결제한 상품이 집에 도착해서 편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거점으로 삼아 H&B스토어의 잇단 폐점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화장품도 직접 발라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처럼 온라인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최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대리점에 갑질을 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23개 화장품 공급업체와 2356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업종 거래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대리점이 본사로부터 부당한 거래정지, 계약해지, 납품물량 축소, 반품 제한 등 불공정거래행위로 피해 받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공정위 측은 “조사 중인 사안과 관련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