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 5.39%···시중은행 기준 대비 높은 수준
기업은행 "대출 포트폴리오가 저신용 중소기업 사업자에 집중돼 있어 고금리 불가피"
설립 취지부터 공익 가치 최우선···본연 책무에 맞게 어려운 중소기업 사업자에 대한 배려 필요
"대출 관리 리스크가 커 고금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은 저축은행서 내놓을 법한 주장···중소금융 전담기관 역할 충실해야"

주요은행별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 현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한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을 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중소금융을 전담하고 기업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국책은행인데 중소기업 지원보다 이자 장사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글로벌 경제 복합 위기 상황에서 근본적인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당초 대출 포트폴리오가 저신용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 집중돼 있다 보니 타 시중은행 대비 대출 금리가 높게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입장도 있지만 그럼에도 고금리 대출을 하고 있는 제2금융권과는 차별성을 갖춰야 할 국책은행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5일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의 지난달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는 5.39%로 나타났다. 이는 중소기업 대출을 이미 진행하고 있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금리(3.97~5.24%)보다 높은 수치다. 전체 16개 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7.35%), 제주은행(5.79%)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마이너스 대출 금리도 6.8%로 전북은행(7.92%), 대구은행(6.86%)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은 보증서담보대출과 물적담보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자금 사정이 어렵거나 급전이 필요할 경우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대출을 많이 찾는다. 

경영이 어려운 중소기업 사업자일수록 신용대출 또는 마이너스 대출을 이용하기 마련인데 국책 은행으로서 중소기업의 안전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높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는 반응이다. 현재 공시된 금리 수준에 따르면 어려운 중소기업일수록 기업은행이 아닌 다른 시중은행을 찾는 것이 더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961년 제정된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중소기업 지원을 목표로 설립됐다. 한국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중소기업 곁을 지키며 버팀목이 되고자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자임해왔다. 설립 취지에 맞게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적극적으로 위험 분담에 나서 금융지원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본연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데 어려운 중소기업 사업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신용대출 금리가 타 시중은행보다 높다는 점은 책무와 모순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에 대해 합리적인 지원과 혜택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IBK기업은행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타 은행에서는 대출받기가 어려운 신용도가 현저히 낮은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에도 지원을 하고 있어 시중은행 대비 금리가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공시를 획일화해서 단순하게 볼 수는 없다"며 "현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관련 책무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업은행의 입장대로 저신용 중소기업 사업자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금융 지원을 하다 보니 고금리 대출이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설립부터 공익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있는 국책은행의 특성을 고려하면 어려운 중소기업 사업자에 대한 배려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63.74%에 달하는 기업은행의 정부 지분과 공적 역할을 감안한다면 최소한 중소기업 사업자에 한해서만큼은 대출 금리가 타 시중은행보다는 낮아야 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신용 사업자를 중심으로 대출을 실행해 리스크가 커졌고 고금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저축은행에서 내놓을 만한 입장"이라며 "중소금융 전담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외면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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