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자산운용, 시간외매매로 타 계열사 보유 한화證 우선주 모두 매수
산업 계열사 보유주식 '0주'···김승연 차남 김동원 독립경영 ‘가속’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한화투자증권 모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이 한화글로벌에셋과 한화호텔앤리조트가 보유하고 있던 한화투자증권 우선주를 모두 사들였다. 이번 거래를 통해 한화그룹 산업(제조)계열사들이 가지고 있었던 한화투자증권 주식을 금융계열사인 한화자산운용이 가져가는 작업이 완료됐다.
이번 거래는 2019년부터 진행된 한화그룹의 지배구조개편과 맞닿아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생명을 정점으로 한화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밑으로 두는 지배구조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놓고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향후 그룹내 금융 부문을 물려받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 한화투자증권우도 ‘교통정리’ 완료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2일 시간외매매를 통해 한화글로벌에셋과 한화호텔앤리조트가 가지고 있던 한화투자증권 우선주(한화투자증권우) 36만4652주를 모두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보통주 2억1454만7775주와 별도로 우선주 480만주가 따로 상장되어 있다. 우선주 480만주 가운데 한화글로벌에셋은 23만4270주(4.88%), 한화호텔앤드리조트 13만382주(2.72%)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화투자증권은 2일 장개시전 시간외매매로 한화글로벌에셋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보유하고 있던 우선주를 사들였다. 한화투자증권우의 1일 종가는 3030원이었기에 거래대금은 11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거래대금이 크지는 않지만 이번 거래를 통해 한화자산운용은 다른 한화그룹 계열사가 가지고 있던 한화투자증권 주식을 모두 가져오는 작업을 마치게 됐다.
당초 한화투자증권은 한화자산운용이 아닌 그룹 내 다른 산업계열사들이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던 회사였다. 하지만 2019년 2월 한화투자증권이 한화자산운용을 대상으로 4210만5264주를 주당 2375원에 배정하는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한화자산운용은 단숨에 한화투자증권 지분 19.6%를 가진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어 2020년 한화자산운용의 모회사인 한화생명은 한화자산운용을 상대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실탄을 보충해줬다. 한화자산운용은 다음해인 2021년 8월 장마감 이후 시간외매매를 통해 한화글로벌에셋,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이 보유하고 있던 보통주 지분 26.46%(5676만1908주)를 3201억원에 인수했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투자증권 지분율이 19.63%에서 46.08%로 늘었고 한화투자증권을 연결실적에 반영되는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다른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투자증권 보통주를 한화자산운용이 모두 매수하면서 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도 만들어졌다. 2일 한화자산운용의 우선주 매수는 이러한 작업의 마침표에 해당한다.
◇ 김동원 독립경영 가속화되나
한화그룹은 과거 금융계열사와 산업계열사가 복잡하게 지분을 출자하는 거미줄 같은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한화생명을 정점으로 사실상의 중간금융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이는 금융당국이 2018년 7월부터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에 대해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 규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여기에 그룹 지배구조개편이 한화그룹 경영승계와도 얽히면서 향후 금융계열사를 따로 분리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화그룹에서 한화생명 지배력을 벗어난 금융계열사는 한화저축은행 1개만 남아있다. 한화저축은행은 한화글로벌에셋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를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이후 김 부사장이 한화생명 지분만 충분히 확보하면 사실상 계열분리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한화자산운용이 얼마 안되는 한화투자증권우 지분을 마저 인수한 것을 놓고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독립경영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화자산운용이 타 계열사가 보유한 한화투자증권우를 모두 사들임에 따라 향후 한화투자증권의 배당금이 그룹 내 타 산업계열사로 유입되는 일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6년 만에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6년 만의 배당은 한화투자증권이 지난해 2020년 대비 114.6% 늘어난 당기순이익 1441억원을 기록한 것이 원동력이 됐다. 배당금은 보통주 1주당 200원, 우선주 1주당 250원이 지급됐는데 덕분에 한화글로벌에셋은 5857만원,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326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우선주 인수는 지난해 8월 한화투자증권 지분인수의 연장선상”이라며 “글로벌비즈니스 등 시너지 확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