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심 개통 전제로 ‘페이백’ 약속하는 불법영업 가능성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이달 ‘e심’ 서비스 상용화로, 단말기 한 대에서 번호 두 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통신업계는 e심 개통을 전제로 불법보조금을 ‘쪼개기 지급’하는 등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우회하는 영업으로 이용자 차별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e심 서비스가 시작됐다. e심은 소프트웨어 형태의 식별장치다. 가입자 식별정보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담긴 유심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
e심은 실물 칩을 스마트폰해 삽입해야 하는 유심과 달리, 발급받은 QR코드를 인식해 설치하면 된다. 특히 온라인에서 개통할 경우 유심과 달리 별도 배송 과정이 없기 때문에 빠른 서비스 가입이 가능하다. e심 발급 비용은 2750원으로 유심 구매 비용인 7700원에 비해 저렴하단 장점도 있다.
유심과 e심을 이용해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두개의 전화번호를 개통(듀얼심)할 경우, 업무용과 개인용 등 소비패턴에 따라 회선을 분리할 수 있단 점도 장점이다. 또 듀얼심을 사용할 경우 서로 다른 통신사에 가입하는 것도 가능해져, 통신3사와 알뜰폰 요금제를 결합할 수 있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e심 도입으로 온라인 개통이 편리해지는 한편 듀얼심을 이용해 하나의 단말로 용도를 분리해 이용할 수 있어 이용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단말, 비용이 절감되는 등 이용자 편익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통신업계는 휴대폰 유통시장에서 이용자 차별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부 유통망에서 e심 개통을 전제로 ‘불법 페이백(휴대폰 구매 후 일부 금액을 돌려주는 불법 거래 방식)’ 영업을 할 경우 처벌에 한계가 있단 지적이다. 단통법이 단말기 구매에 따른 보조금 차등 지급 문제를 막기 위한 것인데, 중고폰 개통과 유사한 e심 개통에 대해 명확한 법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즉, 단통법에 저촉될 수 있는 페이백 금액을 유심과 e심 개통 시 쪼개어 각각 제공하는 ‘꼼수’ 영업이 가능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심을 꽂은 상태에서 e심을 내려받는 건 사실상 중고폰에 심을 꽂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통망에서 소비자에게 유심을 먼저 개통하고 e심을 다운로드한 것을 확인하면 돈을 더 주겠다고 프로모션을 할 수 있다”며 “방통위가 사전적으로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하거나 경고해야 하는데,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페이백을 정당화시켜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도 “유통망에서 이번에 페이백 10만원을 주고 한달 뒤 e심에 가입하면 추가로 주겠다고 영업할 수 있는데, 그 자체가 단통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즉 유통망에선 단통법을 우회해서 적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사업자간 경쟁이 붙으면 시장이 혼란스러워진다. e심에 대한 모니터링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e심 상용화로 알뜰폰으로 이탈을 우려하는 통신사 입장에선 이같은 영업 행위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등의 고가 요금제 이용자들이 e심으로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도 이같은 문제를 우려하고 있지만, 섣부른 규제 강화보단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겠단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