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다툼하던 반도건설 지분 매각 및 LX그룹 백기사 등장···조 회장 우호 지분 47%
호주 정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하며 통합 급물살 예상
미국, EU, 일본 승인 가능성 높아져···중국은 여전히 변수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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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최근 반도건설과의 경영권 분쟁을 사실상 마무리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가능성이 올라면서 그룹 내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 승계 이후 조현아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 등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오랜 기간 이어진데다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산업 악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문제 등이 겹치며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여행 심리가 살아나고, 경영권 분쟁 관련 3자연합 와해 및 우호세력 등장에 기업결합 승인 국가가 늘어나면서 조 회장 위상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X그룹 물류계열사인 LX판토스는 최근 한진칼 지분 3.83%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하던 반도건설 측 지분 중 일부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건설 계열사 대호개발은 지난 1일 한진칼 주식 1075만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대호개발 지분은 기존 17.91%에서 2.16%로 떨어졌다.

반도건설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사실상 조 회장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종식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조 회장 우호 세력으로 알려진 지분을 모두 합치면 45%에 달하는데다, 이번 LX그룹도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월 30일 기준 한진칼 지분을 살펴보면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18.86%, 델타항공 13.21%, 산업은행 10.58%, LX판토스 3.83%, 네이버 0.99% 등 우호 지분이 47.47%다.

반면 3자연합의 한 축이었던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분을 계속 매각하며 1.48%까지 떨어졌고, 대호개발도 2.16% 수준에 그쳤다. 아직까지 입장이 불분명한 호반건설은 16.58%로 모두 합쳐도 20.22%에 불과하다. 호반건설은 한진칼 지분 매입과 관련해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진그룹은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고 조 회장 체제를 구축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두 항공사 기업결합이 완료될 경우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되는 만큼 조 회장의 글로벌 항공업계 내 위상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 합병은 지난 2020년 11월 결정된 이후 차근차근 절차를 진행했다.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론내면서 합병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으나, 해외 경쟁당국 심사가 생각보다 늦어지면서 합병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한국 공정위 승인 이전 터키, 태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이 양사 합병을 승인했으나, 이후에는 승인하는 국가가 없어 연내 합병이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호주 정부가 양사 합병을 허가하면서 향후 다른 국가들도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지난 1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제안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또한 “이번 합병으로 시드니와 서울 직항 노선을 운항하는 유일한 두 항공사가 결합하지만, 콴타스와 젯스타가 곧 해당 노선에서 운항을 시작한다”라며 “콴타스와 저비용항공사가 항공편을 제공하면서 대한항공 인수와 무관하게 효과적인 경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에 현재 기업결합심사가 남은 곳은 필수신고국가인 미국, EU(유럽연합), 일본, 중국과 임의신고국가인 영국 등 5곳이다.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에 합병 관련 세컨드 리퀘스트 자료 제출까지 마친 상태다. 세컨드 리퀘스트는 미국 경쟁당국 심사절차 규정상 최초 신고서 제출 후 2차적으로 별도 자료를 내는 것을 말한다.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의 강화된 기조를 감안해 세컨드 리퀘스트와 함께 신규 진입할 항공사도 제시했다.

EU심사에서는 현재 정식 신고서 제출 전 심사기간 단축을 위해 경쟁당국이 요청하는 자료 제출 및 시정 조치안에 대해 사전 협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본과는 설명자료 및 신고서 초안을 제출하고 현재 사전 협의절차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호주 심사가 미국과 EU와 유사한 측면이 많았던 만큼, 양사 기업결합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호주는 양사 결합 전과 동일한 경쟁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항공사 진입을 요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EU, 일본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 막바지 단계로 승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안다”며 “다만 중국의 경우 아직까지 별다른 대응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우 그동안 자국 항공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해 해외 항공사에 운수권과 슬롯을 배분하는데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했으며, 관련해 근접국가인 한국에서 대형항공사가 출범하는데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정부의 입김이 강한 만큼 정치적 이슈나 미국과의 관계 등을 저울질해 양사 합병을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중국 정부에 지난해 1월 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10여차례 이상 보충자료를 제출하며 적극적으로 심사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수정 시정조치안을 제출 후 심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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