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달러화 강세 장기화 전망
국제 수지 악화도 환율 상승 영향
통화스와프·환율보험 한도 확대 조언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원달러 환율이 2009년 이후 13년 만에 1350원대를 돌파한 가운데 고환율 현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원유 관세 인하와 통화스와프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4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이어지는 달러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 상승을 이끄는 단기 요인으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국제수지 악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을 꼽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3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원화를 비롯한 각국 화폐가치 하락에 영향을 줬다.
보고서는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면서 내년 말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으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선호가 강화됐고, 다른 국가와의 상품·서비스 및 자본거래의 결과로 국제수지가 악화된 점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우리나라 무역수지 누적 적자는 247억2300만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환율의 장기적인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인구구조 변화와 해외투자 증가를 들었다. 고령화로 노년 인구 부양 부담이 커지면서 저축 감소와 수입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현상이 누적되면 경상수지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해 환율 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해외투자가 지속 확대되는 점도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수출을 통한 흑자를 바탕으로 성장해왔으나 최근 달러화 강세에 기반한 환율 상승은 수출 증가, 기업 이익 증가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기업의 외화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증가해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으며,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물가의 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했다.
여기에 원화 약세가 지속한단 기대가 형성되면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면서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환율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려면 원유 관세 인하, 미국 등 주요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통한 외화자금 공급 확대, 기업 금융 비용 경감 및 환율 변동 보험 한도 확대, 소비·투자·수출 진작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경제 전반의 활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기업 투자세액 공제 확대, 수출금융지원 확대 등 고비용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대책들이 적기에 시행돼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의 협력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