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계약 해지 NH농협은행, 자금세탁 부담은 덜 전망
가상자산 사업이 축소되는 점은 아쉬울듯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이번 주(8월 29일~9월 2일) 가상자산 시장의 핵심 이슈는 단연 국내 거래소 3위 업체인 코인원과 카카오뱅크가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일이다. 업계에선 이번 계약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번 거래로 기존에 맺고 있던 코인원과 NH농협은행 간의 계약은 해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은행은 계약을 중단할 경우 자금세탁 문제와 관련된 부담은 덜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가상자산 사업이 축소되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은 카카오뱅크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확인서 발급 계약을 체결했다. 카카오뱅크와 코인원은 지난 3월부터 실명 계좌 계약과 관련해 실무 협의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원화와 암호화폐 간 교환을 지원하는 ‘원화마켓’을 운영하려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코인원은 그간 NH농협은행과 계약을 맺고 실명계좌를 내줬다. 이번에 카카오뱅크와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서 농협은행과의 계약은 해지하게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가 ‘1사 1은행’ 원칙을 지키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거래소가 1개 이상의 은행과 제휴하면 은행-거래소-은행으로 자금 및 가상자산이 오가며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본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올 상반기부터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계좌 계약을 맺을 거래소를 물색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선 카카오뱅크가 코인원이 5대 거래소 중 하나인 동시에 상대적으로 오너 리스크가 적기에 계약을 맺기로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비트나 빗썸의 경우 오너를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다. 

또 그간 코인원이 별다른 사고를 내지 않았던 점도 계약이 성사된 주요 이유로 꼽힌다.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문제가 발생하면 실명계좌를 내준 은행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코인원은 2014년 설립 이후 한 번도 보안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다. 반면 업비트, 빗썸 모두 해킹을 당한 전적이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코인원이 카카오뱅크를 등에 업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계좌 개설을 간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투자를 2030세대들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란 평가다. 업비트가 국내 거래소 1위 자리에 오른 이유 중 하나로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계좌 계약을 맺은 점이 꼽힌다.  

한편 농협은행은 코인원과 계약을 해지되면 일단 자금세탁과 관련한 부담을 덜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은행과 계약을 맺기 위해 자금세탁 방지와 투자자보호를 위한 장치들을 구축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 은행권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또 최근 시중은행들은 ‘수상한’ 외환거래로 인해 자금세탁 사건에 더 예민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농협은행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농협은행 입장에선 계약 해지가 마냥 후련하지는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시중은행 입장에서 가상자산 시장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최근 가상자산 수탁 사업에 일제히 뛰어든 것도 이 시장의 성장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정부가 가상자산 제도화에 나서고 있어 시중은행은 이에 맞춰 신사업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농협은행은 우선 계약과 관련된 법률적 문제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계약해지는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을 뿐이다“며 ”다만 계약이 종료되면 이미 농협은행에서 계좌를 만들어 가상화폐 거래를 하는 고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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