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두산의 보유지분 블록딜 이후 고공행진하던 주가 급락
두산 재무여력 악화 대응 차원···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배신감 성토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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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원전 대장주’로 최근 고공행진하던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주가가 최대주주인 지주사 두산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이후 맥을 못 추고 있다. 두산의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매각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지만, 주주들은 두산그룹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지난주 2만2150원에서 이번주 1만9100원으로 13.8% 하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지난달 29일 0%로 보합세를 보인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특히 31일에는 6.22%, 이달 1일에는 5.65% 급락하며 하락세가 급격해졌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급락은 지난 31일 지주사인 두산이 보유중인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34.97% 가운데 4.47%를 블록딜로 매각했다고 공시하면서 진행됐다. 매각한 주식은 총 2854만주로 주당 처분단가는 지난달 30일 종가(2만700원)보다 7.6% 할인된 2만50원이다.

두산은 이번 블록딜로 총 5772억원을 확보했고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율은 35.14%에서 30.5%로 감소했다. 지주사는 요건인 자회사 지분 30% 보유 규정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매각 가능한 지분 대부분을 판 것으로 해석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에 따라 원전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최근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에서 원전 설비를 공급하는 유일한 대기업으로 원전 관련 매출 비중이 20∼25%에 달한다. '원전 대장주'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터빈 시공과 기자재 공급 등 3조원가량의 일감을 수주하면서 주가가 크게 뛰었다. 우리 원전업계가 해외에서 조단위 일감을 수주한 것은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이다. 지난달 26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도 최근 3개월 동안 가장 비싼 장 2만3050원에 장중 거래됐다.

두산은 블록딜과 관련해 차입금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 등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놓고 최근 두산의 현금여력이 악화된 것이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산의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166%이고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성 사채도 8259억원에 달한다. 두산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인데 BBB급 회사채 발행 금리는 최근 6%대로 상승한 상태다.

두산은 두산에너지빌리티 블록딜에 이어 두산프라퍼티 지분 46.0%(97만5200주)도 전량 두산에너빌리티에 매각했다. 이번 지분매각은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지주사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 진행됐지만 이를 통해 두산은 약 727억원을 현금화했다.

두산에너지빌리티 주주들은 두산의 블록딜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두산에너빌리티 일부 임원들이 지난달 보유 중인 주식을 매도한 것을 놓고 사전정보유출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진종욱 상무는 12일 보유주식 5107주 가운데 대부분인 5000주를 처분했고 방홍욱 부사장도 보유 중인 주식 2만3648주 가운데 3000주를 처분했다. 이와 관련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전정보 유출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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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주 코스닥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시가총액순위 1위를 유지한 가운데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 HLB, 카카오게임즈가 2~5위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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