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BIS비율 26.19%p 급락···규제치 근접
대출자산 급증한 동시에 적자 불어난 결과···최대주주 비바리퍼블리카, 자금 압박 커질듯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토스뱅크가 출범 초 적자가 이어지면서 자본건전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대출자산을 크게 늘리는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손실이 불어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하락했다. 향후 영업중단이란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자본확충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의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의 올해 6월 말 BIS자기자본비율은 10.52%로 지난해 말(36.71%)과 비교해 26.19%포인트 크게 하락했다. 규제 하한선(8.0%)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토스뱅크는 설립 초이기에 내년까지는 완화된 자본건전성 규제를 적용받는다. 타 은행이 따르는 기준으로는 이미 규제치(10.5%)를 하회한 셈이다.
BIS비율은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이 비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은행은 적극적인 영업이 어려워진다. 심지어 규제 하한선에 근접하면 대출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은행이 대출을 크게 늘리거나, 적자가 쌓여 자기자본이 감소하면 BIS비율이 악화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늘리는 것이 있다.
토스뱅크의 BIS비율이 크게 하락한 것은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결과로 풀이된다. 토스뱅크는 영업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당장 이익을 늘리는 것보단 대출자산을 불리는데 집중했다. 보통 금리 수준이 0%에 가까운 수시입출금식 통장에 연 2%의 금리를 제공한 이유도 비용이 들더라도 예금을 대규모로 확보해 대출자산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대출 금리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 대출자산은 4조294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적극적인 영업은 적자 확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4분기 80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엔 123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출범 후 9개월 동안 2000억원이 넘는 결손금이 쌓인 것이다. 예금금리를 높이고 대출금리를 낮게 유지한 탓에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순이자마진·NIM)이 악화된 탓이다. 잇단 적자로 결손금이 불어나자 BIS비율도 하락했다.
일단 토스뱅크는 BIS비율이 한 자리 수로 하락하는 것은 막는데 성공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7월 1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이어 지난달에는 30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번 증자로 인해 토스뱅크의 BIS비율은 6월 말 기준으로 따져보면 약 19%까지 상승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문제는 토스뱅크의 자본규모 자체가 적다보니 대출자산이 크게 불어나면 BIS비율은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토스뱅크는 올해 3분기 첫 두 달(7~8월) 동안에도 대출자산이 약 2조2000억원 크게 늘었다. 올해 6월 말 대비 51%의 성장률이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증자에도 불구하고 BIS비율은 또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토스뱅크의 BIS비율이 한 자리 수로 하락해 규제치 대비 여력이 크게 줄어들면 영업을 중단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케이뱅크도 자본확충에 잇달아 실패해 BIS비율이 하락하자 1년 반 동안 대출 영업을 사실상 멈춘 바 있다. 그 결과 케이뱅크는 더 오랫동안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에 최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의 부담도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토스뱅크가 BIS비율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비바리퍼블리카가 지속적으로 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현행 법률 상 토스뱅크의 의결권 있는 주식(보통주)을 전체의 34% 넘게 소유할 순 없다. 이에 보통주를 인수해 토스뱅크에 대규모 자금을 넣기는 어렵다. 하지만 의결권이 없는 전환주로는 제한 없이 자금을 보낼 수 있다. 지난달 시행한 증자에서도 비바리퍼블리카는 총 1090억원에 달하는 토스뱅크의 신주를 인수했는데, 이 가운데 약 320억원은 전환주였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핀테크 업체이기에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개별 기준)은 4471억원 정도다. 더구나 올 상반기에도 159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이어졌다. 토스뱅크 설립 인가 과정에서 가장 우려로 제기됐던 점도 비바리퍼블리카의 자금력이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먼저 설립된 인터넷은행도 설립 초엔 BIS비율이 크게 하락한 만큼, 토스뱅크의 BIS비율 하락은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은 아니다”며 “최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 뿐만 아니라, 다른 주주들도 투자 규모를 늘리려고 하고 있기에 지속적으로 유상증자를 시행해 자본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