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7월 이어 8월도 내수 판매량 전년 동기 대비 증가
카니발·쏘렌토 등 50만대 이르는 적체물량 풀릴지 기대 높아져
러시아 천연가스 수출 중단으로 유럽 공급망 상황 악화···“출고적체 해소 기대는 일러”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기아가 하반기에 접어들며 전년 동기 대비 공급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가운데, 출고대기 물량이 일부 해소될지 관심이 모인다. 다만 최근의 실적개선은 기저효과에 의한 일시적 반등이라는 분석과 함께, 유럽 공급망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어 출고적체 해소를 기대하긴 이르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기아에 따르면 지난 8월 내수에서 총 4만1404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4만1003대) 대비 판매량이 1.0% 증가했다. 지난 7월에도 5만1355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4만8160대)보다 판매량이 6.6% 늘어났다. 2개월 연속 공급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상반기엔 2월을 제외하면 매달 지난해보다 적은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하반기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이와 관련해 올해 말부터 출고대기 물량이 일부 풀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기아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를 하며 하반기 공급 상황이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출고대기 물량과 관련해선 쏘렌토 12만대, 카니발 9만대 등 약 51만대의 대기물량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의 실적 개선에도 아직까진 대기물량이 해소되긴 이르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록 7월은 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00대 이상 크게 증가했지만, 8월은 지난해 판매량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올해 8월 판매량(4만1404대)은 1~8월 월 평균 판매량(4만4411대)보다도 낮다. 여름휴가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물량공급에 차질을 겪은 상반기보다 판매가 적게 이뤄진 셈이다.
실제로 현재 인기차종인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과 카니발 디젤 모델의 출고대기 기간은 이전과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 출고까진 18개월 이상, 카니발 디젤모델 출고까진 1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아울러 차량용 반도체 수급 상황이 향후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의 상당수는 유럽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최근 러시아가 천연가스 수출을 중단하며 공장 가동에 차질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코로나19 재확산 움직임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 상황은 대외변수에 영향을 받아 시시각각 달라지며 공급망도 단순하지 않다”면서 “유럽 외에도 동남아 등 공급처가 있기 때문에 유럽 상황만으로 향후 반도체 공급량을 단정지어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급 상황이 우려만큼 크게 악화되진 않겠지만 미출고 물량이 풀리는 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 공장 가동이 둔화되긴 했지만 대만이나 일본쪽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상황이 크게 나빠지진 않을 것이다”며 “다만 백오더 물량이 풀리려면 적어도 내년 2분기나 3분기는 돼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기아는 상반기 내수 판매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고환율 조건에서 해외 판매는 비교적 선방했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하반기 역시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수익 차종 중심의 판매 전략과 제값 받기 노력 또한 경영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기아는 내수에서 26만2532대, 해외에서 115만6085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판매량이 5.7%, 0.8%씩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8조405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25조6356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