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관련 연구용역 착수···전문가, 현행 유산세 방식 불합리 지적
행정력 증가·유산 분쟁 등 변수···가업상속공제 개선 필요성도 제기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상속세를 상속인이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피상속인 재산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방식보다 합리적이란 분석과 함께 행정력 증가, 꼼수 상속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단 조언이 나온다. 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가업상속공제 개편은 상속보다는 가업승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단 지적도 제기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유산취득세 도입에 관한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이번 용역을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유산취득세 과세체계를 연구하고 세수효과와 사례별 세 부담 변동 등 영향을 시뮬레이션 분석해 유산취득세 전환을 위한 법령개정안을 마련한단 계획이다. 상속세 과세가액 산출방식과 공제제도, 세율, 납세의무자 등 유산취득세 전환에 따른 쟁점사항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유산취득세, 응능과세 원칙에 더 적합···행정력 부담·위장 상속 대비 필요”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재산총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유산세 방식은 상속인이 실제 받는 상속분보다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에 상속인 각자가 물려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를 도입해야 한단 주장이 제기돼 왔다. 

기재부 측도 이번 연구용역을 추진하며 “유산세 방식은 상속인별 담세력을 고려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며 “상속세는 유산과세, 증여세는 취득과세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어 과세체계 정합성을 위해 상속세도 취득과세 방식으로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산취득세를 도입한 국가가 다수를 차지한다. 상속세를 운영 중인 OECD 23개 회원국 중 유산세 방식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 19개국은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운영한다.

전문가들도 유산취득세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러 이유로 사람마다 상속을 다르게 하는 경우가 있다. 상속을 적게 받으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런 사정을 반영하지 않고 죽은 사람의 모든 재산을 합산한 개념에서 나머지를 나눠갖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실질적으로 상속받은 사람의 합리적 세부담 능력에 따라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산취득세로 전환 시 제도적 허점이 있을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속세나 증여세는 부의 불평등을 다음세대에 이전하는 걸 완화하잔 취지에서 걷는 것으로 물려주는 액수가 아닌 물려받는 액수가 중요하다. 취득에 대한 부분에 과세하는 게 맞다”며 “다만, 유산액에 대해 매기는 현행 방식은 과세가 쉽다. 유산취득세는 누가 얼마나 상속받는지를 일일이 계산해야 하기에 행정적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행정적인 부담에 더해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위장 상속 등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단 조언이다. 유류분 청구소송 등 상속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해 재산 분할이 늦어질 수도 있다.

일각에선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바꾸면 이른바 부자감세로 이어질 수 있단 주장을 내놓는다. 다만, 수백억~수천억 규모 상속이 이뤄지는 재벌이나 대기업 오너의 경우 누진세 최고 상단을 넘어서는 상속이 이뤄지기에 유산세나 유산취득세 여부에 따른 세부담 증감이 크지 않단 분석이다. 수십억대 규모 상속이 이뤄지는 중산층이 유산취득세 전환에 따른 세부담 경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업상속공제 활성화 필요성도 제기···“기업 승계 개념에 초점 맞춰야” 

유산취득세 전환 검토에 맞춰 가업상속공제도 손질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가업상속공제 활용이 활발한 독일의 제도를 참고해야 한단 조언이다. 독일은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로 고용과 업종유지를 위해 중소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낮춰줬다. 원래 독일의 상속세율은 30%이다. 하지만, 상속재산이 기업일 경우 가업 승계 후 7년간 자산을 유지하고 급여 총액 평균이 승계 당시 급여 총액보다 감소하지 않으면 상속세를 100% 공제한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표=정승아 디자이너

 

이로 인해 독일 내에선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활발하게 활용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6~2020년 기간 독일의 연평균 가업상속공제 신청 건수는 9995건, 공제 금액은 20조원 가까이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연평균 가업상속공제 신청 건수가 92.8건, 공제 금액은 2866억원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도 가업상속공제를 손질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공제 최대한도를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하고 고용유지 조건은 7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업종도 중분류에서 대분류 변경을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까다롭단 지적을 받던 요건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가 이번에 가업상속 공제를 손질하면서 효과가 조금 나타날 순 있겠지만 바로 독일처럼 활발하게 가업 상속에 이용될 것 같진 않다”며 “이 문제는 가업 상속 보단 기업 승계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승계의 경우 원 경영자가 사망한 뒤 상속을 받는 것보다 살아생전 은퇴시기에 후계자가 상속을 받아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 증여 요건을 넓혀주는 게 중요하단 설명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