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관계자 의견 수렴해 수수료 공시 방안 마련 계획
업계, 우려와 함께 반발···통일된 양식 맞춘다면 원가 공개와 다를 바 없어
수수료 구분 세분화해 공시하는 것도 문제···어느 업권도 하지 않은 방식 채택 못해
"공개 막을 수 없다면 카드사 평균 수수료 공시 수준으로만 방안 확정되길 기대"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간편결제 수수료 공시를 놓고 당국과 빅테크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간편결제 수수료 결정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권의 예대금리차와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등이 잇따라 공개되는 것을 보면서 간편결제 수수료 공시도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 자율을 침해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소비자 이익을 먼저 고려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은 확고한다는 입장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리적으로 수수료 공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결제 수수료 최종 공시 방안을 확정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부터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 전자금융업자의 간편결제 수수료율 공시 마련을 추진해왔다. 이미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참여한 '결제수수료 공시 작업반(TF)'도 구성된 상태다.

하지만 업계는 우려와 함께 반발하고 있다. 먼저 수수료 공시가 원가 공개와 다를 바가 없다는 업계의 비판이다. 일률적으로 통일된 양식에 맞춰 공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설령 공시를 한다고 해도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와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사례처럼 착시 효과로 인해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월별 예대금리차와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 비교 공시를 시행했다. 업계에서는 제도의 실효성 논란과 함께 금융사 줄세우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실효성 논란은 첫 공시 이후부터 제기됐다. 공시 과정에서 지표 자체가 많아 소비자 선택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데다 공시되는 수치와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는 수치 간에 괴리가 발생해 착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공개된 금리인하요구권 비교 공시의 경우 소비자가 어떤 지표를 고려하느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은행이 모두 달라졌다.

현재 공시를 통해 확인 가능한 주요 지표는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건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에 따른 이자감면 규모 등이다. 문제는 각 지표별 상위권에 위치한 은행들이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은 수용건수를 보인 은행은 8만7000여건을 기록한 카카오뱅크가 차지했다. 가장 높은 수용률을 기록한 은행은 59.5% 수준을 보인 NH농협은행이었다. 이자감면액이 가장 컸던 은행은 IBK기업은행(458억900만원)으로 지표마다 상이했다.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채널이 다양화되고 중복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과 개인별 수용 건수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용률로만 단순 비교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탁상행정 논란과 함께 당국의 실적 줄 세우기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간편결제 수수료율의 경우 수수료 내역 세분화로 결제 수수료와 기타 수수료를 구분해 공시하는 것 또한 맞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카드사와 다른 업권도 하지 않은 수수료 공시 방식을 채택해 공개하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플랫폼 수수료는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이 대상인데 이들이 가격을 모르고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며 "일반 소비자와 관련이 없는 사안을 세부적으로 구분해서 공시하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간편결제 수수료 공시는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간편결제 수수료 공시는 빅테크 업체가 금융시장에 진입해 과도한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이 나오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사안이기도 하다. 업계가 자율적으로 수수료를 결정하고 당국은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내부에서도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막을 수 없고 공개를 꼭 할 수 밖에 없다면 현재 카드사들이 평균 수수료를 공시하는 수준으로만 공시 방안이 확정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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