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제가 자율등급제 도입 취지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계의 숙원인 콘텐츠 ‘자율등급제(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가 지난달 말 국회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이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내 OTT 사업자들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콘텐츠의 등급을 자율적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된다.
그간 웨이브, 티빙, 왓챠 등 OTT 사업자들은 지속적으로 자율등급제 도입을 촉구해왔다. 인기 콘텐츠를 적시에 이용자에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전심의가 통상 1~2주가 걸리는 탓에, 콘텐츠 경쟁력 향상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영등위를 심의를 받지 않는 넷플릭스 등 해외 OTT들과의 공정한 경쟁에도 한계가 있단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가운데 자율등급제의 국회 처리가 속도를 내면서 OTT업계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러나 OTT업계에선 반쪽짜리 법 개정에 그치지 않을지 우려가 나온다. 자율등급분류사업자가 일정 요건을 갖춰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신고제’가 아니라, 문체부 장관이 자율등급분류사업자를 지정 및 재지정하는 ‘지정제’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체부 장관은 자율등급분류 업무 계획과 청소년 보호 계획 등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진행해 사업자를 선정하며, 사업자들은 5년에 한 번씩 평가를 거치게 됐다. 세부 사항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했다.
OTT업계 관계자는 “현재 성인콘텐츠는 성인 인증을 거친 계정으로만 볼 수 있도록 기술적 조치가 돼 있는데, (정부 등에서) 그것을 인지를 못하는 것 같다”며 “사업자들이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무리해서 등급을 낮추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는데, (문제가 생겨서) 사업자들이 잘못하면 이용자들이 떠나는데 잘못하려고 하겠냐”고 말했다.
지난달 국회에서 진행된 세미나에서도 지정제가 또 다른 사전규제로 작용될 수 있단 전문가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자율등급제 도입 취지가 OTT의 콘텐츠 유통을 원활히 하는 데 있는 만큼, 정부는 이같은 우려가 기우에 그칠 수 있도록 하위 법령 마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