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기준 적용 바뀌면서 올 상반기 459억원 손실
하반기도 금융시장 부진할듯···손실 불어날 가능성

/ 자료=OK저축은행,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OK저축은행이 주 수익원인 이자이익을 늘리는데 성공했지만 투자한 사모펀드서 대규모 손실을 입은 영향으로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말부터 회계 기준이 바뀐 탓에 사모펀드 손실이 당기순이익에 바로 반영되면서 전체 실적이 더 크게 감소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금융시장의 상황이 좋지 못한 만큼 추가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은 6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83억원)과 비교해 55% 크게 줄었다. 5대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 가운데 가장 큰 실적 감소폭이다. 다만 2분기 순익(403억원)은 직전 분기 대비 51% 늘어 웰컴저축은행에게 빼앗겼던 2위 자리를 다시 되찾아왔다. 

OK저축은행은 영업 자체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우려 속에서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506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예금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이 크게 늘었지만 대출자산으로부터 얻은 이자수익이 더 많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대출자산이 올해 상반기에도 크게 증가하면서 이익을 늘리는데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저축은행의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예대마진)는 점점 쪼그라들었다. 인터넷은행이 저축은행의 영역인 중·저신용자 대출을 내주는데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또 시중은행은 예금금리를 저축은행 수준까지 크게 올렸다. 저축은행은 대출 금리를 내리고 예금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OK저축은행의 실적 감소의 핵심 요인은 투자 부문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한 사모펀드 9개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이 올 상반기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발생한 손실은 459억원이다. 1분기에 135억원의 손실을 입은 후 2분기엔 이보다 더 많은 324억원의 손해를 봤다. 사모펀드 손실이 없었다면 올 상반기에도 1000억원대의 순익을 거둘 수 있었던 셈이다. 

OK저축은행은 9개의 사모펀드 중 5곳의 지분율은 98~99%에 달했다. 관련 법률 상 사모펀드는 1인이 소유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펀드들은 사실상 OK저축은행이 100% 지분을 가진 셈이다. 나머지 펀드도 50~77%의 지분을 보유했다. 하나의 펀드는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지만 예외규정이 적용돼 잠시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OK저축은행은 사모펀드 지분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했으나 관련 규정에 따라 사모펀드 지분을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에 사모펀드가 거둔 손익이 OK저축은행 당기순이익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시중금리가 급등하고 주식시장이 부진해 사모펀드도 대규모로 손실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펼친 탓이다. OK저축은행이 투자한 펀드의 기초자산은 대부분 주식, 채권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치가 하락하고, 주가 하락으로 주식 가치도 내려가 평가손실이 불어났다. 

문제는 연준이 올해 남은 기간도 매파(통화긴축 선호)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점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연준의 목표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금리인상을 멈추거나 쉬어갈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온 후 금융시장은 일제히 출렁였다. 코스피·코스닥은 다시 크게 하락했고 내림세를 보이던 시중금리도 다시 올랐다. 금융시장이 계속 침체에 빠지면 OK저축은행의 손실은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금융당국이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권고해 비용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사모펀드 손실까지 불어나면 올해 순익 감소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OK저축은행의 사모펀드 투자 규모가 크다보니 이번에 지분법 회계를 적용하면서 당기순익 감소폭도 커졌다"라며 "최근 증시가 좋지 않기에 OK저축은행 외에 다른 저축은행도 유가증권 부문의 손실로 인해 자본비율 관리가 다소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OK저축은행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자료=OK저축은행,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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