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외화환산손실 1161억원···하반기도 발생할듯
대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해 손실 폭 줄일 계획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환율 급등으로 불어나고 있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환 헤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환 헤지를 위해 대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것을 계획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시중금리가 너무 올랐고 해외 금융시장에서 한국 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었기에 발행금리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어 전망이 불투명하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1100원대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50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들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펼친 결과다. 긴축으로 인해 위험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남은 기간도 환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금리를 올리겠다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는 “연준의 목표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금리인상을 멈추거나 쉬어갈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환율 급등으로 하나금융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비화폐성 외화환산손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외화환산손실은 1161억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출렁일 때 마다 하나금융의 손실 규모가 불어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품에 안으면서 해외 자회사들을 대거 얻었지만 동시에 외화 부채도 크게 늘었다. 그 결과 환율 변동에 따라 큰 규모의 비화폐성 외화환산손익이 발생했다. 환율이 오르면 손실이 나고 환율이 하락하면 이익이 나는 구조다.
하나금융은 환율 변동으로 실적이 출렁이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환헤지 전략을 추진했다. 지난해 환율 변동에 노출된 규모는 약 18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하나금융은 이 액수를 줄이기 위해 우선 작년 10월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3억 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자본으로 잡히는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자금으로 기존 외화 부채를 상환한 것이다. 자본은 환율 변동에 따라 가치가 변동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외화 차입을 원화 차입으로 대체해 외화 부채를 줄이는 작업도 진행했다.
그 결과 하나금융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환 노출액을 약 8억5000만달러 줄여 올 6월 말 기준 환 노출액은 9억8000만달러까지 감소했다. 적극적인 헤지 전략으로 총 950억원의 순익 감소를 방어할 수 있었다는 것이 하나금융의 설명이다. 하나금융은 올 하반기에도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해 환율 상승으로 인한 실적 감소를 줄이겠단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시중금리도 크게 올라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금을 많이 조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단 전망이 나온다. 발행금리가 상승한 가운데 조달 규모까지 늘리면 그만큼 이자부담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0월 3억달러 규모로 발행한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연 3.5%로 결정됐다. 미 국채 5년물 금리 1.1%에 수요예측에서 결정된 가산금리 2.4%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하지만 미 국채 5년 금리는 31일(현지시간) 기준 3.25%까지 올랐다. 가산금리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해도 발행금리는 4.6%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파월의 매파 발언으로 미국 시중금리는 당분간 오름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해외 시장에서 한국물에 대한 투자 수요가 감소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달 신한금융지주는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시도했지만 보류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너무 높은 수준의 발행금리를 원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6~7% 수준의 발행금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과 같이 고위험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결과로 본다. 하나금융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발표회에서 밝힌 것 처럼 환 헤지 전략의 일환으로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추가로 발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 발행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