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자사주 소각 공시 11건···지난해와 달리 건수 많고 규모도 커
주당순이익 늘린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으로 평가
전체 주식 대비 비중 낮아 즉각 효과는 이르다는 평가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상장사들이 최근 들어 자사주 소각 공시를 연이어 내고 있는 가운데 증시 하락세 속에서 주가 부양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자사주 매입 보다 적극적인 주가 부양책으로 평가되는 까닭이다. 다만 소각 규모가 전체 주식 수 대비 유의미하게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주주환원 정책 지속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전날 896억원 규모(301만9000주)의 자사주 소각 공시를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모은 주식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소각한 것이다. 메리츠화재는 앞선 6월에도 898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공시를 낸 바 있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자사의 주식을 취득해 없애는 의사결정을 말한다. 주식이 소각되면서 발행 주식 수가 줄게 되고 이는 EPS(주당순이익)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주주 입장에서는 보유한 1주의 가치가 높아지게 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자사주 매입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자사주 소각 공시는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해진 모습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만 11건의 자사주 소각 공시가 나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 7곳의 자사주 소각 공시 보다 4건이 많다. 게다가 지난해의 경우엔 코스닥 상장사에서만 나왔던 것에 비해 올해에는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에서도 자사주 공시가 이어졌다. 이에 지난해 7건의 자사주 매각 금액은 총 257억원(이하 공시 기준)에 불과했는데 올해에는 9792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보통주 기준.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보통주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가장 자사주 소각 규모가 컸던 상장사는 POSCO홀딩스였다. POSCO홀딩스는 지난 12일 261만5605주를 소각키로 했는데 이는 5674억원 규모다. POSCO홀딩스의 이번 자사주 소각은 18년 만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KB금융도 15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공시를 지난달 21일 낸 바 있다. 

그러나 자사주 소각 효과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는 모습이다. 올해 하반기 자사주 소각 공시 이후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인 종목은 3곳(KB금융, 메리츠화재, 메리츠금융지주)에 그친다. 이를 제외한 종목들은 공시일 종가 보다 현재 주가가 낮은 상태다. 다만 주가의 상승과 하락에는 자사주 소각 이슈 외에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속단은 이르다는 평가다.

자사주 소각이 주가 상승 흐름을 이끌 대형 호재로 시장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배경에는 소각 비중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소각되는 주식 수가 투자자들이 체감하기에 전체 주식 수 대비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이번 하반기 자사주 소각 공시만 놓고 보면 전체 주식 수 대비 1% 미만인 경우가 3곳, 1%대인 곳이 2곳, 2%대인 곳이 4곳, 3%대와 4%대인 곳이 각각 1곳이었다.

이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환원 정책이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자사주 소각이 일회성인지 장기적인 주주환원책으로 누적되고 있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주환원 정책이 투자자 신뢰를 얻을 경우 주가 부양 효과가 큰 경우가 많이 있었다”며 “향후 자사주 매입 계획과 소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보유 자사주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중요하게 봐야할 포인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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