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호타이어, 美 생산 공장 있어 타격 적을 듯···반덤핑 피하기 위해 증설까지 진행
넥센타이어, 현지 생산거점 없어 발등의 불···2분기 북미 판매 비중 31.2%
완성차 업계가 미국 생산 확대할 경우 현지 타이어 생산 공장 없으면 경쟁력 밀려···물류비 등 원가 부담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파장이 완성차에 이어 자동차 부품업계까지 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 타이어 3사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의 경우 미국 현지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미국의 반덤핑 조치에 따라 공장을 증설해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넥센타이어의 경우 현지 공장이 없어 상대적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 29일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했다. 테네시 공장은 지난 2017년 준공을 시작해 현재 1단계 건립이 완료돼, 승용차 및 경트럭용 타이어를 연간 550만개 생산할 수 있다. 이번 증설로 인해 승용차 및 경트럭용 타이어는 연간 550만개, 트럭 및 버스용 타이어는 연 100만개 가량 생산량이 늘어나게 된다. 한국타이어는 공장 증설을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단계별로 15억7500만달러(약 2조1000억원)를 투자한다.
금호타이어도 지난해 미국 조지아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지아 공장 생산량은 기존 400만개에서 450만개로 늘어나게 된다.
양 사가 북미 공장 증설에 나선 것은 미국의 한국산 타이어 반덤핑 조치 때문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한국타이어 27.05%, 금호타이어 21.74%, 넥센타이어 14.72% 반덤핑을 산정한 바 있다. 이에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각각 테네시 공장과 조지아 공장을 증설해 반덤핑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반면, 넥센타이어는 미국 현지에 공장이 없어 향후 IRA에 따른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IRA의 경우 타이어에 대한 제재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지만, 완성차 업계가 미국내 생산을 확대할 경우 현지 타이어 생산공장이 없다면 타사 대비 입찰 과정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현지 생산 타이어의 경우 수입산 대비 물류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완성차업계 입장에선 그만큼 원가를 낮출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해상수출 컨테이너 2TEU(40피트짜리 표준 컨테이너 1대분)당 평균 신고 운임은 미국 서부 기준 1407만원, 미국 동부는 1433만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44.6%, 64% 올랐다.
특히 국내 타이어 업계 매출 중 북미지역 비중이 상당한 만큼 미국 수출 감소는 넥센타이어에게 뼈아플 수 밖에 없다. 지난 2분기 넥센타이어 북미 지역 매출은 204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1.2%를 차지했다. 한국타이어는 27.8%, 금호타이어는 36%로 유럽과 함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넥센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3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분기 3사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한국타이어는 1753억원, 금호타이어 18억원을 기록했으며, 넥센타이어는 233억원 적자를 냈다. 지난 4분기 이어 3분기 연속 적자다.
한편 이번 IRA가 전기차에 해당하는 만큼, 전기차 전용 타이어의 현지 생산 강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전기차 전용 타이어의 경우 일반 타이어보다 20~30%가량 더 비싼데다 교체 주기도 상대적으로 짧아 수익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 대비 중량이 무겁고 순간 가속력이 높기 때문에 타이어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5월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을 출시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도 지난 7월 전기차 전용 타이어 ‘마제스티9 SOLUS TA91 EV’와 ‘크루젠 HP71 EV’를 공개했다. 넥센타이어도 전기차 전용으로 ‘로디안 GTX EV’와 ‘엔페라 스포츠 EV’를 개발했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테슬라 모델3·모델Y, 포르쉐 타이칸, BMW i4, 아우디 e-트론 GT, 폴크스바겐 ID3·ID.4 등에 전기차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으며,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6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기아 EV6에 전기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