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장중 1352.3원까지 상승해···13년4개월 만에 최고 수준
연준의 긴축 강화 우려가 환율에 영향···1400원 도달 가능성도 제기
코스피 장중 1%대 하락···코스닥 지수도 약세 출발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31일 장중 연고점을 기록했다. 환율이 13년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을 넘어서면서 원화 약세 현상이 더욱 짙어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1400원 도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환율 상승에 투자 심리가 냉각되며 국내 증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원·달러 환율, 연준 긴축 우려에 장중 연고점

이날 오전 9시 25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3% 오른 1350.7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이날 1350원에 시작한 이후 1352.3원까지 급등했다. 이는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금융위기였던 2009년 4월 29일(장중 1357.5원) 이후 최고치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급격하게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말 1299.1원에 장을 마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4.09% 상승한 상태다. 특히 지난 22일과 29일 각각 1.05%, 1.43% 급등하며 환율 상승폭을 높였다.

이날 환율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 강화 우려 지속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주말 열린 잭슨홀미팅에서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는데 이후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이 같은 발언에 힘을 실었다.

실제 7월 미국 구인건수는 1123만9000명으로 시장 예상치(1037만5000명)를 크게 넘어섰다. 8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도 103.2로 예상(98.0)을 넘어섰다.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긴축 완화 기대감이 감소한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경우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게 된다. 

연준의 긴축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 상승 흐름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재용 신한은행S&T센터 리서치팀장은 지난 3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난 하반기 전망에서 지적한 글로벌 3고시대(고물가·고금리·고부채)의 위험이 조금 더 가시화되는 가운데 잭슨홀미팅에서 연준이 예상보다 긴축적인 고금리 환경 장기화 가능성을 열어 놓으며 환율 상승 압력이 가중된 상황”이라며 1차 저항선으로 1370원, 2차적으론 1400원까지 후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약세

이날 국내 증시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피는 전날 대비 0.78% 내린 2431.65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이날 0.71% 내린 2433.47에 장을 시작해 장중 2426.24까지 1%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 모두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은 191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번 달 환율 상승 흐름 속에서도 2조7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는 점에서 사뭇 다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기관은 992억원을 팔아치웠고 개인은 2900억원어치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이날 지수 하락은 환율 약세와 함께 미국 뉴욕 증시의 하락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30일(현지 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8.12포인트(0.96%) 하락한 31790.87에 장을 끝마쳤다. S&P500지수는 44.45포인트(1.10%) 내린 3986.16에 마감했고 나스닥지수는 134.53포인트(1.12%) 떨어진 11883.14로 거래가 종료됐다. 연준의 긴축 우려가 투심을 약화시킨 요인이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하락하고 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0.17% 내린 5만8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총 2위인 LG에너지솔루션도 1.83% 내린 45만7000원을 기록 중이다. 시총 상위 10위 종목 중에서는 SK하이닉스(0.32%), 삼성SDI(0.52%), 기아(0.12%)만이 약하게 상승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69포인트(0.59%) 내린 792.33에 장을 출발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60억원, 275억원어치 순매도하고 있다. 개인은 830억원어치 순매수 중이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에서는 HLB와 에코프로가 각각 0.43%, 3.87% 상승하고 있고 나머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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