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18곳, 올들어 3905억원 투자 유치···지난해 기록 뛰어넘어
스트라드비젼·베어로보틱스, 1000억원대 투자 유치···유수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
"스타트업 투자 얼어붙어도, 기술 분야는 투자 지속···자율주행 투자 더 늘어날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스타트업 투자가 빙하기를 맞았다는 우려와는 달리 자율주행 분야에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핵심인 자율주행 기술력을 인정받은 국내 기업들에 글로벌 투자사들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앞으로도 자율주행 분야 투자는 증가할 것이란 평가다.
31일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 스타트업레시피에 따르면 올해 자율주행 스타트업 18곳이 유치한 투자금은 이달 기준 총 3905억원으로, 전체 투자금 2875억원이었던 지난해 기록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하반기에도 여러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앞두고 자율주행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팉 업체 KPMG에 따르면 지난해 71억달러(한화 9조6000억원)였던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은 매년 평균 41%씩 성장해, 오는 2035년 1조1204억달러(한화 1509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든 IT 기업들의 투자가 앞으로도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현대차도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인수했다.
◇ 글로벌 시장서 인정받은 '스트라드비젼'·'베어로보틱스', 1000억원대 투자 유치
올들어 투자를 유치한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은 18곳이다. 그 중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받은 곳은 지난 10일 1076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한 스트라드비젼이다.
2014년 설립한 스트라드비젼은 앞차나 뒤차 간격을 파악해 알려주는 안전 장치인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용 소프트웨어 'SVNet’를 개발했다. 인공지능(AI)과 객체인식 기술이 적용된 SVNet은 미국, 중국, 독일 등 전 세계 13개 자동차업체의 차량에 탑재됐다.
이번 투자에 자율주행 분야 3대 기업 중 하나인 미국 앱티브와 글로벌 자동차 부품 공급사인 독일의 ZF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트라드비젼은 북미 및 독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0년 독일 뮌헨 지사에 이어 올 초 미국 디트로이트에도 법인을 설립해 현지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 서빙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도 1000억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자율주행 서빙 로봇 '서비'의 소프트웨어는 물론 로봇도 직접 생산하는 베어로보틱스는 국내, 일본,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 팔린 서비는 1만대가 넘는다.
베어로보틱스에 따르면 아래와 전방을 살피는 카메라 2대와 공간을 파악하는 라이다 센서가 장착된 '서비'는 장애물을 피하는 데에 능통하다. 대부분 음식 서빙에 활용되는 만큼 위생에도 효과적이다. 위생 관련 규제가 엄격한 미국에서 서비스 로봇으로는 최초로 위생협회(NSF) 인증을 받기도 했다.
◇ 네이버·카카오 함께 투자한 '모라이'···"국내 유일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솔루션"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투자사로 참여한 모라이도 지난 6월 2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8년 설립한 모라이는 자율주행차를 위한 시뮬레이션 솔루션 개발해 국내외 기업들에 공급하고 있다.
모라이는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분야의 1위 기업으로 알려졌다. 인간의 개입 없이 안전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려면 실제 도로 주행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여러 규제들로 검증이 어렵다. 이에 모라이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실제와 흡사한 가상 환경을 구현하는 시뮬레이터 'MORAI SIM'을 개발했다. 날씨, 시간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시나리오도 구축해 돌발상황 대응력을 높였다. 자동차 외에도 UAM(도심항공교통), 드론 등 다양한 이동체에 적용해 추락 및 사고 방지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모라이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포티투닷 등 국내 기업들은 물론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업체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네이버의 기술 자회사 네이버랩스와는 2018년부터 자율주행 정밀지도 구축을 위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모라이 관계자는 "자율주행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앞으로 UAM, 드론, 스마트 선박 등 자율주행 솔루션이 필요한 모든 모빌리티에 모라이 솔루션을 적용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뉴빌리티, 토르드라이브 등 스타트업이 시리즈A 단계에서부터 100억~200억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확보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분야 투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업계 전문가는 "스타트업 투자가 전반적으로 얼어붙었다고 하지만,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시장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유망 산업으로 떠오른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VC나 기업들의 투자가 쏟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라이에 투자한 네이버 D2SF 관계자도 "요즘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현실화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진검승부하는 기업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며 "D2SF와 같은 전략 투자 조직은 기술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