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락거래 비중 54.7%, 10년 만에 처음
“집주인들 관망, 거래절벽 지속···'패닉셀'은 아직”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아파트 하락 거래 비중이 상승 거래를 역전했다. 특히 서울은 올해 하락 거래 비중이 전체 거래의 절반을 넘어섰다. 상승 거래 비율이 하락 대비 4배까지 높았던 지난해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아울러 올해 들어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는 등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부동산 정보플랫폼 직방이 2013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전국 아파트 중 ‘동일 면적 직전 거래가격’ 대비 5% 이상 상승·하락한 거래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락 거래 비중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전국과 서울은 하락 거래의 비율이 40%를 돌파했다. 3분기(7~8월) 들어 현재까지 전국·서울 아파트값 하락 거래 비율은 각각 48.6%, 54.7%까지 상승했다. 분기 기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상승 거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서울은 올해 들어 빠르게 축소돼 2019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과거 추세를 보면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자연적 가격 상승과 강한 보유 심리 등으로 인해 하락 거래보다 상승 거래가 많은 것이 보편적이었다. 지난해 3분기엔 하락 대비 상승 거래량이 전국 기준 1.8배, 서울 기준 3.98배로 최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3분기에는 하락 대비 상승 거래가 전국 0.81배, 서울 0.42배를 기록하며 상승 거래 비중이 크게 줄었다.
아파트 거래량도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은 2019년~2020년 정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아파트 거래는 서울 3333건, 전국 7만 4902건을 기록해 2013년 이후 분기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준 금리 인상, 매수세 위축에 따른 거래 절벽 상황 등이 지속되는 한 하락 거래 위주의 현재 매매시장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분기엔 거래량이 다소 늘었지만 여전히 최근 10년간 최저치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서울의 경우 2018년 4분기~2019년 1분기 거래량 대폭 감소 시기를 넘어서는 수준의 거래 절벽 상태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직방은 아파트 시장이 침체기로 전환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매수세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꺾이고 올해 들어 매수 심리가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하락 거래 위주의 상황이 금방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집주인들이 급매로 집을 급히 처분하는 현상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현 정부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보유세를 감면해준 영향으로 집주인들이 서둘러 매도에 나설 이유가 줄어들어서다.
함 랩장은 “상승 거래만큼은 아니지만 하락 거래도 빠르게 줄고 있다”며 “주택 보유자들이 급하게 아파트를 처분하는 대신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침체 분위기가 전환되지 않더라도 매도자들의 ‘패닉 셀’(공포 매도)과 아파트 시장 경착륙으로까지 이어지긴 어려워 보인다”며 “그러나 고금리와 불경기 등 아파트 시장을 둘러싼 대외 여건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기에 거래 감소·하락 거래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