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앤씨·첨단소재·화학, 중국 락다운·원재료값 상승에 수익성 악화
해외 법인 뒷받침으로 지난해와 같은 6500원 배당 예상···주주친화경영 박차 분석
일각에선 총수 일가 배당금 이익 챙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효성그룹이 부진했던 올해 상반기 실적에도 고배당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으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에도 신뢰를 보내준 주주들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효성은 2016년 주당 배당금을 5000원으로 전년 대비 1500원 인상했다. 이후 2020년까지 5년간 같은 금액을 배당해왔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순손실 528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주주친화경영을 위해 같은 금액을 배당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에는 6500원을 배당했다. 효성그룹의 지주사 및 4개 사업회사(티앤씨·첨단소재·화학·중공업 등의 당시 매출은 21조2804억원, 영업이익은 2조7702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42.3%, 영업이익은 410.2% 늘었다. 이에 따라 주당 배당금도 2016년 이후 5년 만에 1500원 올려 분배한 것이다.
반면 올해 상반기는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지난해 최대 실적을 이끌었던 주역인 ‘소재 3총사’의 실적이 주춤하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인한 스판덱스 등 주요 제품의 수요부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의 겹악재로 수익성이 낮아졌다.
효성티앤씨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9040억원, 2775억원이다. 지난해 대비 매출은 무역 부문이 유럽 시장의 철강 공급 상황에 물량 이동이 많아지며 30.4% 늘었지만, 영업이익의 핵심인 섬유 부문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은 43.8% 줄었다.
효성화학은 적자로 전환됐다. 올해 1분기 332억원에 이어 2분기에도 6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원재료 가격 강세로 스프레드(제품가-원가)가 축소되면서 주력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 수익이 부진했던 결과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 락다운으로 효성티앤씨의 취저우 스판덴스 생산라인이 3주일이나 가동이 중단되는 등 현지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실적하락의 주요인”이라며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화학도 스판덱스의 핵심 재료인 부탄다이올(BDO)의 생산량 감소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어려운 시장환경이 이어지며 지난해 대비 실적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효성의 고배당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효성의 주당 배당금은 주요 지주사 중 SK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SK의 지난해 배당금은 8000원이다. 다른 지주사의 경우 ▲LG 2800원 ▲GS 2000원 수준이다.
효성이 주당 65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 위해선 약 1300억원이 필요한데, 이 재원 마련은 해외 법인에서 충당될 것으로 보인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핵심 계열사의 부진에도 베트남 및 터키 법인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며 “그룹의 실적이 부진할 때도 주당 5000원의 배당을 할 수 있던 것도 해외 법인의 뒷받침이 있어서다”고 전했다.
효성 측도 2006년 이후 16년 연속 배당을 실시해 시장의 신뢰에 보답한 만큼 경영성과가 좋지 않더라도 고배당으로 주주를 만족시킨다는 방침이다.
한편, 일각에선 효성이 고배당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조현준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배당금으로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 회장은 효성의 지분 21.94%(462만3736주)를 가지고 있다. 6500원 배당이 실시되면 300억원의 수익을 얻는다.
앞서 효성 지분을 취득한 오너 4세들도 배당수익을 얻는다. 조현준 회장의 자녀 조인영씨와 조인서씨는 각각 2만2941주, 2만2845주를 가지고 있다. 조인영씨는 약 1억4900만원, 조인서씨는 1억4800만원 등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