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증권사 대신 대표주관사에 한투證, 공동주관사에 삼성證 선정
맥쿼리 출신 하영일 CIO 임명 후 상장주관사 선택 변화오나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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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SK스퀘어 자회사인 11번가 상장주관사 입찰에서 NH투자증권이 탈락하면서 SK그룹 IPO 일감을 쓸어담던 NH투자증권 입지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쉴더스, 원스토어에 이어 지난 4월 SK에코플랜트 IPO 대표주관사도 맡을 정도로 기업공개(IPO)에서 SK그룹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보여줬다.

하지만 올해 5월 SK쉴더스와 원스토어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여러 내홍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SK쉴더스와 원스토어 상장철회로 향후 추진될 SK그룹 계열사 IPO주관사 입찰경쟁에서 다른 대형증권사들의 보폭이 넓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 ‘SK그룹 단골’ NH證 외면한 11번가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전날 발표된 11번가 상장주관사 선정에서 제외됐다. 11번가는 NH투자증권 대신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대표상장주관사로 선정했고 공동주관사로는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11번가의 상장주관사 결정은 오랜 숙고 끝에 발표됐다. 앞서 11번가는 지난 4월 국내외 10여개 증권사에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했고 5월 주관사 선정을 위한 PT(프레젠테이션)를 진행했다. 통상 상장주관사 선정은 PT발표 이후 길어야 한 달 이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처럼 석 달이상 걸린 경우가 흔치는 않다.

11번가는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며 시장에서는 기업가치로 2조~3조원이 거론되고 있다. 최대주주는 SK스퀘어(80.26%)며 국민연금 컨소시엄이 나머지 지분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

NH투자증권으로서는 이번 11번가 상장주관사 경쟁 탈락이 예상하기 쉽지 않았던 일이다. NH투자증권은 SK그룹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020년 SK바이오팜 상장부터 SK그룹 계열사 IPO의 대표상장주관을 대부분 맡았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대표상장주관의 경우 미래에셋증권이 맡았지만 NH투자증권은 인수단으로라도 참여했다. NH투자증권이 완전 제외된 IPO딜은 SK리츠 뿐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4월 SK에코플랜트 대표상장주관사로도 선정됐다. SK에코플랜트 대표상장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함께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씨티증권이 선정됐고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11번가 상장주관사 입찰에서 NH투자증권이 제외되자 올해 5월 SK쉴더스와 원스토어 상장철회 여파가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모두 11번가처럼 SK스퀘어의 자회사다. SK쉴더스는 5월 3~4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결과가 부진하자 6일 상장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원스토어 역시 5월 9~10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원하는 몸값을 받지 못하자 5월 11일 상장철회를 발표했다.

상장철회 이후 NH투자증권은 IPO 1~3팀장이 모두 교체되는 내홍을 겪었다. 김중곤 NH투자증권 ECM본부장 밑에서 IPO1팀장을 맡았던 서윤복 상무의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 IPO와 원스토어 IPO의 실무총괄자였는데 신한금융투자 IPO본부장으로 이직했다. 이후 SK쉴더스 실무총괄을 맡았던 안호정 IPO3팀장은 물론 최정림 IPO2팀장도 슈퍼RM(기업금융전담역)으로 이동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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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證, 후속 SK그룹 IPO에서 기회 얻을까

NH투자증권으로서는 이번 11번가 상장주관사 입찰 탈락 이후가 더 중요하다.

SK그룹은 2025년까지 시가총액을 14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파이낸셜스토리를 내세우며 주요 계열사 상장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당장은 금리인상에 따른 IPO시장의 위축에 분위기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수년 내 SK그룹 계열사 IPO는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NH투자증권으로서는 SK그룹과 파트너십 회복이 최우선이다. 11번가를 제외하고도 티맵모빌리티, 웨이브, SK팜테코, SK브로드밴드, SK E&S, SK실트론, SK매직, SK루브리컨츠 등이 상장 후보계열사고 SK그룹 내 IPO 최대어인 SK온도 수년 내 상장이 유력하다.

이번 11번가 상장주관사 탈락은 NH투자증권에 예사롭지 않은 신호가 될 수도 있다.

SK그룹은 지난 6월 SK스퀘어 새 최고투자책임자(CIO)에 하영일 11번가 대표를 선임했다. 하 대표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맥쿼리 출신 기업금융 전문가인데 11번가 대표를 겸직하며 SK스퀘어에서 자회사 IPO를 담당하는 CIO1 조직을 이끈다.

이번 11번가 상장주관사 선정은 하 대표가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를 맡은 이후 첫 번째 상장주관사 결정이다.

SK스퀘어는 SK그룹 내 IPO후보 계열사 중 상당수를 거느리고 있다. SK쉴더스, 원스토어, 11번가는 물론 티맵모빌리티, 콘텐츠웨이브, SK플래닛도 SK스퀘어의 자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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