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ST 작년 매출 100억원대로 하락, 올 상반기엔 회복세···7월 심전도 원격 플랫폼과 내시경용 자동봉합기 계약
동화약품 상반기 124억원 달성, 메디쎄이가 대부분 점유···향후 신사업과 신제품 성과 전망

한종현 동화약품 대표이사 사장. / 사진=동화약품
한종현 동화약품 대표이사 사장. / 사진=동화약품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의료기기 영업을 오랜 기간 진행한 전문가 한종현 대표가 떠난 동아ST와 한 대표를 새로 영입한 동화약품 매출이 올 상반기 모두 성장했다. 해외 대형 업체와 계약 종료로 부진했던 동아ST는 올 들어 신규 사업으로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동화약품도 올 들어 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향후 한 대표가 내놓을 신사업과 신제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   

1968년생 한종현 전 동아ST 대표이사 사장은 연세대학교 보건과학대학 의용공학과와 케이스웨스턴대학교 공과대학원 의용공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2년 동아제약 의료기기사업부에 입사한 그는 해외사업부 해외영업팀장과 M.I.Tech 대표이사 사장,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 등을 역임한 후 지난해 1월 동아ST 해외사업부와 의료기기사업부, 진단사업부 담당 대표로 발탁됐지만 올해 초 물러났다. 이후 동화약품은 지난 3월 그를 영입, 각자대표에 임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사 대상 의약품 영업에 주력했던 업계는 대학 전공이 의용공학이고 의료기기 영업에 실적을 올린 한 대표를 능력 있는 전문가로 판단했다”며 “2017년부터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로 근무하던 그를 지난해 동아ST에 투입한 것은 의료기기 업무에서 실적을 올려달라는 의미였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동아ST 의료기기 매출은 131억원으로 전년대비 54.5% 하락했다. 지난 2020년 의료기기 일부 품목 계약 종료에 따른 제품군 감소로 매출이 하락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동아ST는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바이오메트와 계약을 맺고 국내에 인공관절, 임플란트 등을 수입해 유통했지만 지난 2020년 4분기 바이오메트와 계약이 종료됐다”며 “해당 사업 매출 부재는 분기당 50억원으로 지난해만 최대 200억원 매출 공백이 예상됐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이 부재했을 때 대형 의료기기 업체와 계약 종료가 억울했지만 한번 떨어진 매출이 신속하게 올라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그는 지난해 3분기 이비인후과 전문 의료기기 업체 ‘참메드’ 지분 100%를 76억1600만원에 인수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당초 참메드는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 동아메디케어 관계사였지만 인수 후 동아ST 관계사가 됐다. 회사는 참메드 지분 인수 목적은 의료기기 사업의 시너지 효과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5년을 기준으로 최대 443억원 연매출을 올렸던 동아ST 의료기기 매출은 지난해 100억원대로 떨어졌다. 이것이 한 대표가 올해 초 물러난 이유 중 하나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 대표가 동아ST를 떠난 후 올 상반기 의료기기 매출은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66억원에서 올 상반기 81억원으로 22.7% 늘었다. 신규 도입된 사업 호조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의료장비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 1982년 의료기기사업부를 설립한 동아ST는 다양한 의료기기 제품을 판매하는데 크게 의료장비 분야와 흉부외과 분야로 구분해 진행한다”며 “올 상반기에는 의료장비 분야가 호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2020년 바이오메트와의 계약 종료가 지난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같은 시기 한 대표가 준비한 내용이 올 상반기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다른 사업도 그렇지만 특히 의료기기는 준비에 비해 성과가 늦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동아ST는 의료기기 매출과 관련, 상반기보다 하반기를 강조했는데 실제 7월부터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초 동아ST가 디지털헬스케어 벤처인 메쥬와 심전도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 ‘하이카디’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 협약에 따라 현재 메쥬는 심전도 원격 플랫폼 ‘하이카디’, ‘하이카디플러스’, ‘라이브스튜디오’를 동아ST에게 공급하고 있다. 동아ST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전문병원, 의원 등에서 판매 및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하이카디는 모바일 생체신호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웨어러블 패치와 스마트폰을 활용,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다중 환자 심전도, 심박수, 체표면 온도, 호흡 등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이어 7월 중순에는 의료기기 개발 및 제조업체 메디튤립과 내시경용 자동봉합기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메디튤립은 내시경용 자동봉합기 ‘Endo Blossom’과 ‘Endo Stem’을 동아ST에 공급한다. 내시경용 자동봉합기는 수술 시 조직을 자르고 봉합하는 일회용 의료기기다. 수술 시 조직을 자르고 꿰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내시경용 자동봉합기 사용이 선호된다. 이같은 동아ST 의료기기 사업은 현재 강철중 상무보가 총괄한다. 지난해 4월 영입된 강 상무보는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근무하며 팀 신설 및 인원배치를 단행했다. 1967년생인 그는 지난 2013년 세종대에서 MBA 학위를 수여 받았다. 

한 대표를 새로 영입한 동화약품도 실적이 성장했다. 지난해 상반기 97억원이던 의료기기 매출이 올 상반기 124억원을 달성했다. 상반기만 보면 동아ST보다 높은 실적이다. 동화약품의 경우 지난 2020년 7월 인수한 척추 임플란트 전문 제조업체 메디쎄이 매출이 의료기기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메디쎄이는 지난해 23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현재 iliad와 zenus 등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메디쎄이 등 의료기기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중”이라며 “더 좋은 성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 입장에서는 의료기기 사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무엇보다 메디쎄이 인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오너 4세 윤인호 동화약품 부사장과 손발을 맞춰야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략기획실장으로 일한 윤 부사장이 의료기기 사업을 위해 2년간 물색한 끝에 찾아낸 업체가 메디쎄이”라며 “신사업 착수와 관련, 그가 사내에서 발언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20년 동안 의료기기 영업과 사업에 전념한 한 대표의 성과는 동화약품에서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동화약품이 어느 정도로 한 대표를 지원하느냐가 의료기기 매출에 직접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너는 전문경영인에게 많은 시간을 주지 않는다”며 “올해는 지난해처럼 전문경영인이 한 달여 만에 사직하는 일은 없었지만 실적과 성과를 신속하게 내는 것이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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