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업황 개선되는데 공급물량은 부족, 평균경쟁률 세자릿수 사업장도 등장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로 서울마저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와중에 경남 창원 분양시장이 나홀로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근래 3개월여 간 창원에서 분양한 사업장을 보면 평균경쟁률 10대 1을 가뿐히 넘기는 것은 물론이고 이달 분양한 한 사업장은 100대 1도 훌쩍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창원 지역의 신규 주택물량 부족과 조선업 업황이 개선된 점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이달 창원 성산구 대원동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마크로엔은 1순위 청약접수 결과 평균 경쟁률 105.3대 1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의 분양시장이 저조한 청약결과에 미끼 상품을 내놓는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이 사업장이 높은 인기를 끈 것은 전매 규제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해당 주택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인데, 조합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시점에는 창원시 의창구에 속해있었다. 이후 지난해 7월 1일 행정구역 개편에 의해 성산구로 편입됐으나 규제는 관리처분을 받을 당시인 의창구로 규제를 적용받는다. 의창구는 지난달 5일부로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기 때문에 전매규제에서도 자유로워지며 투기수요도 운집했다.
현대건설이 분양한 사업장이 유독 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창원에는 실수요층의 주택 구매욕구도 상당하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근래에 분양한 여타 사업장의 청약경쟁률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달 초 GS건설이 같은 성산구에서 분양한 창원자이 시그니처도 1순위 평균경쟁률 27.4대 1을 기록했다. 이밖에 올해 2분기 동일 자치구인 성산구에서 분양에 나선 힐스테이트 창원 더퍼스트도 평균 19.3대 1이라는 우수한 경쟁률을 내놓았다. 두 사업장은 전매규제를 적용받음에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전매제한이라는 특정 사업장의 특징보다 창원의 지역적 특색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눈길을 끄는 건 조선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창원을 비롯해 울산, 거제 등 조선업 기반 자족도시 부동산 시장은 수년 간 조선업황의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경기보다 소폭 후행적 성격을 띄며 동일한 사이클을 그려왔는데, 한동안 침체돼있던 조선업이 약 1~2년 전부터 호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도 호황을 이어가는 것이다.
실제 올 2분기 기준으로 빅3 조선사도 엄청났던 적자폭을 대폭 줄이고 하반기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2분기 9000억원에 달하던 적자를 올해 2분기에는 2600억원대까지 줄였고, 삼성중공업도 4300억원에 달하던 영업손실을 2500억원대까지 축소했다. 이밖에 수주고도 올 한해 목표치에 근접하거나 그 이상으로 채웠다. 한국조선해양은 일감을 이미 100% 이상 달성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수주고도 목표치의 80%대에 육박할 정도로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조선업황이 개선되며 부동산 시장도 좋아질 가능성이 높은데 신규 공급물량은 부족하다는 점도 창원 부동산 지역의 특징이다. 조선업 경기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바닥을 치면서 창원 부동산 시장도 같은 암흑기를 보냈는데, 2018년 당시 창원시는 약 7000가구(2018년 8월 기준)에 달하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신규 주택건설 사업의 사업승인을 제한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다보니 창원의 공급량이 크게 줄며 신축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높아졌다.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창원의 신규 아파트 적정수요량은 5000세대인데, 실제 올해 입주물량은 1045가구에 그친다. 그나마 내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3000~4000세대로 늘어나기는 하지만 여전히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세 곳 사업장이 위치한 성산구의 경우 적정수요가 1000세대인데, 내년 입주물량은 0이고, 내년은 401가구에 그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특성상 수주계약으로부터 1년 정도 뒤부터 본격 건조에 들어가기 때문에 창원의 지역경기도 앞으로 1~2년 뒤 더욱 개선될 것”이라면서 “다만 현재 예정 물량은 수년전 실시한 사업승인 제한으로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동안 분양시장이 뜨거운 모습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