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구자신 회장, 쿠쿠홀딩스 지분 전량 장남에 증여
블록딜 리스크 해소 호재 평가···증여세 위한 배당 기대감도 나와
장기적인 주가 상승세 연결되기 위해선 호실적 나와야 지적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쿠쿠그룹 창업자인 구자신 회장이 보유 지분을 모두 장남에게 넘긴 가운데 쿠쿠홀딩스와 쿠쿠홈시스의 주가 상승세를 이끌 모멘텀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쿠쿠그룹 오너가의 지분 정리가 마무리 되면서 지난해 불거졌던 구 회장의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 리스크가 사라진 까닭이다. 일각에선 장기적인 상승 흐름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실적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전날 쿠쿠홀딩스 보유 지분인 2.75%(97만8525주) 전량을 장남인 구본학 쿠쿠홈시스 대표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쿠쿠홀딩스는 쿠쿠홈시스, 쿠쿠전자, 엔탑 등을 자회사로 둔 쿠쿠그룹 지주사다. 아울러 구 회장은 쿠쿠홈시스 보유 지분 89만2270주(3.98%)도 모두 구 대표에게 증여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시사저널e DB.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시사저널e DB.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이로써 창업주와 창업주 2세 간 지분 정리가 모두 끝나게 됐다. 쿠쿠그룹은 지난 2006년 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일찌감치 구 대표 체제로 자리 잡았었다. 구 회장의 지분 정리는 천천히 진행됐는데 이번 증여로 끝이난 것이다. 구 대표는 이번 주식 증여를 통해 쿠쿠홀딩스의 지분이 기존 42.36%에서 45.11%로 늘게 됐고 쿠쿠홈시스의 지분율도 16.55%에서 20.53%로 증가했다. 

쿠쿠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지분 정리가 완료되면서 주가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통상 그룹사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지분 정리의 시작은 악재로 평가된다. 주가가 낮을수록 오너 일가에 유리한 데다 경영 불확실성도 함께 증가하는 까닭이다. 반대로 승계와 지배구조 이슈가 끝나게 되면 호재 요인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지분 증여로 블록딜 리스크가 제거된 점이 주주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구 회장은 지난해 6월과 11월 보유 지분을 블록딜하며 현금 확보에 나선 바 있다. 그 규모만 335억원(처분 단가 기준) 가량으로, 블록딜 이전 6.97%였던 구 회장의 지분율이 2.75%로 대폭 낮아질 정도였다. 이 영향에 당시 주가가 크게 출렁이며 약세를 보였었다.   

이에 구 회장의 나머지 지분이 다시금 블록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남아 있었다. 전체 상장 주식 수 대비로는 구 회장의 지분이 많지 않지만 실제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는 주식 수 대비로는 비중이 적지않아 주가에 영향이 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많지 않은 최대주주 관련 지분 63.48%를 제외한 나머지 기타 주주의 지분은 36.52%다. 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었던 97만8525주를 지난 6월 말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 724만6734주와 비교하면 비중은 13.5% 수준이 된다.  

실제 이날 주가는 상승 흐름을 보였다. 쿠쿠홀딩스는 전날 대비 6.94% 상승한 1만695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장중에는 11.99% 상승한 1만77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쿠쿠홈시스의 경우엔 상승폭이 더 컸는데 이날 12.71% 오른 3만3250원에 장을 끝냈다. 장중 최고가는 전날 대비 13.56% 오른 3만3500원이었다. 시장에서 구 회장의 지분 증여를 긍정적인 이슈로 받아들인 것이다.

쿠쿠홀딩스와 쿠쿠홈시스의 주주들은 이번 증여로 저평가 해소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4개 분기 기준 쿠쿠홀딩스의 PER(주가수익비율)은 3.95배로 업종 평균인 9.62배 보다 낮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54배로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 가치(청산가치)에 못 미친다. 쿠쿠홈시스의 PER과 PBR은 각각 4.67배, 1배 수준이다.

다만 일각에선 장기적인 상승 추세로 가기 위해선 실적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쿠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42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94억원 대비 28.7% 줄어든 실적이다. 쿠쿠홈시스의 경우에도 지난해 상반기 119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올해 상반기 866억원으로 감소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이슈가 종료되면 배당 확대 기대감도 함께 따르는 사례가 있다. 증여세와 같은 각종 세금의 재원 마련이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상장 주식의 증여세는 증여가 결정된 시점 앞뒤 두 달 간 평균주가로 산출되는데,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주가가 상승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측면에서 주가가 일부 눌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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