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폭 줄이고 성과 입증해야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했던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연기하거나 중단한 가운데 11번가가 IPO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경기 불황, 증시 불안이 이어지지만 11번가는 IPO 추진을 위해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고 팀 보강에 나섰다. 11번가가 계획대로 완주하려면 적자폭을 줄이고 아마존 직구 등 신사업 성과를 입증해야 한단 지적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전날 IPO 추진을 위한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공동 주관사에는 삼성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11번가는 앞서 지난 4월 국내외 증권사 10여곳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EP)를 발송했다. 11번가는 5월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본격 상장 일정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주관사 선정 발표가 8월로 미뤄지면서 지난 5월 SK스퀘어의 자회사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SK 계열사가 연이어 상장을 철회를 한 것처럼 11번가 IPO도 무산되는 것 아니냔 관측이 나왔다.
일단 증권업계는 11번가 상장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예상한다. 11번가는 최근 불안한 증시 상황을 의식한 듯 구체적인 IPO 시점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11번가는 IPO 시점을 지금보다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할 당시 국민연금공단, MG새마을금고중앙회, H&Q코리아 등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5년 내 상장을 약정하며 5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가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2조7500억원으로, 약정한 기간 안에 상장하기 위해 늦어도 내년 4월까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11번가는 이달 ‘IPO 추진팀’ 인력을 보강했다.
11번가 관계자는 “향후 주관사들과 함꼐 현 공모주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시장 환경 및 IPO 절차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증시 상황이 불안정하고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증권업계 시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11번가는 최근 몇 년간 부진한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어 상장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 매출과 수익성 확대를 골자로 한 재무구조 개선이 필연적이란 의미다.
쿠팡, SSG닷컴, 롯데온 등은 지난 2분기 각각 847억원, 405억원, 49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1번가 역시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 올해 성적만 봐도 11번가는 1분기 매출 1400억원, 영업손실 265억원을 냈고 2분기에도 매출 1418억원, 영업손실 45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11번가 모회사 SK스퀘어는 11번가의 성공적인 IPO를 위해 지난 5월 그룹 내 투자 전문가 하형일 SK텔레콤 CDO(최고데이터책임자)를 11번가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하 대표는 당시 “이커머스 시장은 매년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분야로 11번가는 앞으로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아마존글로벌스토어, 직매입, 오픈마켓 사업을 중심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하 대표의 발언과 달리 11번가는 아직까지 차별점을 내세우지 못했다. 11번가는 매출액, 거래액 등을 늘리기 위해 아마존 직구, 라이브커머스, 동영상 리뷰 등 신규 사업을 속속 선보여왔지만, 아직까지 경쟁사 대비 뚜렷한 강점으로 부각시키진 못했다.
대표적으로 11번가가 선보인 주문 다음날 제품을 받을 수 있는 슈팅배송은 소비자들에게 쿠팡의 로켓배송, G마켓글로벌의 스마일배송, 마켓컬리 샛별배송처럼 각인되지 못했다. 시장 점유율도 11번가는 6% 수준으로 이커머스 3강인 네이버(17%), SSG닷컴(15%), 쿠팡(13%) 등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다.
11번가 관계자는 “2018년 11번가 법인 출범 당시 대비 매출액, 거래액 등은 물론 신규사업까지 많은 부분들이 성장했고 시장으로부터 11번가의 가치증대가 이뤄진 점을 평가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선보이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시작했다”며 “글로벌 사업자들과 제휴를 포함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급변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높여 이커머스 4강 경쟁에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