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정비창·세운지구 이어 장안동 물류센터 개발 속도
10년 전 좌초된 상암 DMC 부지 랜드마크 사업도 잰걸음
연말 ‘2040 서울플랜’ 수립 앞두고 도시복합개발 박차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오세훈 서울 시장이 잠든 ‘금싸라기 땅’을 하나둘 깨우는 모양새다. 최근 용산 정비창,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 계획에 이어 장안동 물류센터 부지에 대한 개발 밑그림도 내놨다. 상암 DMC 미매각 부지도 랜드마크 조성 사업을 위한 용역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도심 내 개발 활성화를 내세운 오 시장의 구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2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20년 가까이 방치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동부화물터미널 부지가 ‘물류∙여가∙주거’가 결합된 복합공간으로 개발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개발계획안을 전날 발표했다. 해당 부지를 최고 39층 규모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업무시설과 쇼핑센터 등이 있는 복합공간으로 개발한다. 물류시설은 100% 지하화해 소음과 분진 등의 우려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올 연말 지구단위계획 결정, 2024년 착공, 2027년 준공이 목표다.

장안동 동부화물터미널 부지 개발 조감도 / 사진=서울시

해당 부지는 동부간선도로와 중랑천에 인접한 장안동 284-1 일대로 과거 서울 동부 물류의 핵심지로 꼽혔다. 5만㎡ 규모로 축구장 7배 면적에 달한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이마트가 2005년 해당 부지를 매입해 물류시설 건설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마트는 2018년 이 땅을 제일건설에 매각했다. 이후 동대문구가 청소차와 제설 작업 차량 차고지로 임대해 사용해 왔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지역 발전과 연결되는 복합공간이자 랜드마크로 재탄생 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10년 전 무산된 마포구 상암 DMC(디지털미디어시티) 미매각 부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상암DMC 미매각 부지 관련 ‘랜드마크부지 도시관리계획수립’ 용역을 마무리했다. 용역을 통해 랜드마크 기능을 유지하면서 원활한 용지 공급을 위한 개선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용도와 개발 방향 등에 대해 논의 중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2000가구 공급이 추진됐지만 서울시는 당초 원안인 랜드마크 기능 유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상암 DMC 미매각 부지는 서북부의 유일한 업무지구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랜드마크로 조성하려던 곳이다. 오 시장은 재임 시절인 2009년 DMC에 지상 133층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을 건립하기로 했다. 당시 쇼핑몰과 백화점, 아쿠아리움, 기업홍보관, 오피스와 아파트, 호텔 등을 계획했다. 대우건설 등 25개 출자사로 구성된 민간 사업자를 선정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2012년 사업이 무산됐다. 오 시장이 다시 취임하면서 개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오 시장은 앞서 보궐선거 과정에서 “시장 재임 때 추진했던 DMC 랜드마크 조성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2009년 공개된 서울 상암동 DMC 랜드마크 빌딩 조감도 / 사진=서울시
2009년 공개된 서울 상암동 DMC 랜드마크 빌딩 조감도 / 사진=서울시

DMC와 비슷한 시기에 사업 좌초됐던 대형 복합 개발 사업에도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용산 정비창 부지와 세운지구가 있다. 오 시장은 두 지역을 용도·용적률 제한 없이 고밀 복합 개발해 랜드마크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초고층 복합개발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달 ‘구도심 복합개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TF를 통해 다른 복합개발 사업에 적합한 후보지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성수동 핵심부지에 위치한 삼표레미콘 공장이 45년 만에 철거를 완료됐고, 서울시는 토지소유주인 삼표산업과 본격적인 개발 방향 논의에 착수했다. 사전협상을 통해 해당 부지를 서울시민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이 찾아오는 대표 명소이자, 서울숲과 연계한 청년문화 복합거점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오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대관람차 건설 계획을 밝히며 후보지 중 하나로 이 일대를 꼽기도 했다.

서울시가 도심 복합재개발에 적극 뛰어든 배경엔 오 시장의 '2040 도시기본계획’(2040 서울플랜)이 있다. 2040 서울플랜은 최상위 도시 계획으로 지난 3월 발표됐다. 주거, 상업, 공원 등으로 땅의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용도를 자유롭게 정하도록 해 유연한 개발을 유도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연말 2040 서울플랜이 최종 수립되면 도심복합개발과 함께 역세권 고밀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40 서울플랜은 기존의 일률적 규제에서 탈피해 유연한 도시계획 체계로 전환하고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며 “오 시장이 2040 서울플랜 수립을 앞두고 도심 복합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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